[아주포스트] KT 청년희망펀드 기부 참여 압박 논란
2015-12-21 13:48
이 펀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펀드로, 박 대통령이 제1호로 기부했습니다.
정부의 솔선수범 덕인지 재벌 총수들까지 나서서 기부행렬에 동참했습니다. 10월에는 삼성그룹이 포괄적 위임 형식으로 이건희 회장 명의로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사장단과 임원진은 50억원에 달하는 기부를 했습니다.
향후 10년간 80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대학교 졸업 후 백수가 되는 '졸백' 시대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이 펀드의 취지는 좋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재계도 사재까지 털어가며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모양새입니다.
국민 참여로 마련된 만큼 12월 18일 기준 누적 기부건수는 9만7109건, 누적기부금액만 1093억4081만원에 이릅니다.
업계에 따르면 KT 경영관리부문은 청년희망펀드 기부 참여 여부와 금액을 21~23일 사흘간 조사하겠다는 메시지를 전체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안내문에는 "2015년 단체교섭 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된 청년희망펀드에 기부를 희망하는 직원은 자발적으로 기부에 동참하기로 노사 간의 합의 했습니다. 이에 기부 의향과 기부 희망금액을 조사하오니 희망하는 직원은 조사에 참여 부탁합니다"라고 명기돼 있습니다.
또 기부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나와 있고, 의향이 없는 경우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안내문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조사 기간 내 참여하지 않을 경우 기부의사는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기부금 급여공제와 세액공제를 빌미로 실명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습니다.
KT가 사실상 청년펀드 모집을 압박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황창규 회장의 장관 입각설이 나도는 가운데 정부 코드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여론이 돌고 있습니다.
사주 없는 KT가 그간 청년희망펀드 재원 마련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으나 내린 결론이 결국 직원들 압박입니다. 이를 두고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격앙된 반응까지 나옵니다.
무엇보다 지난 4일 황창규 회장은 친정체제를 강화해 본격적인 이익창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KT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지 1년여 만에 이제야 실적 회복을 보이며 수익을 내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황 회장이 '싱글KT'를 외치면서 정작 직원을 등한시하는 것 아닌지 우려가 듭니다. 제대로된 '싱글KT'를 위해서는 눈과 귀를 열어 직원 챙기기 부터 나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