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뷰티 베트남 女心을 사로잡다

2015-12-21 05:10
에스티로더 등 세계적 업체 추월
LG생활건강, 현지 시장 매출 1위
주요 소비층 20~30대 인구 확산
구매력 높은 중산층 규모 급증세
FTA 발효 등 호재…인기 지속될 듯

베트남 호찌민 다이아몬드백화점 내 후·오휘 매장 전경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아주경제(베트남 하노이·호찌민·동나이) 조현미 기자 = "한국 화장품은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베트남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저만 해도 30년 넘게 사용하고 있어요. 오늘 바른 립스틱도 한국 제품입니다."

17일(현지시간)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 보건부의 투 비엣 난 의약품안전국 화장품팀 과장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약사 출신인 투 과장은 "한국 화장품은 젊고 경제력이 높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젊은 베트남에 부는 'K-뷰티' 바람

실제 베트남에서 한국산 화장품은 상당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베트남의 주요 백화점에는 한국 화장품 매장이 여지없이 들어서 있다. 베트남 경제도시인 호찌민의 최고급 백화점인 다이아몬드백화점의 경우 1층 명당자리에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와 '오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매장을 내줬다.

실적도 돋보인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에스티로더·랑콤 등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를 제치고 베트남 고급화장품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기 제품은 한방크림인 후의 '환유고'다. 한화로 7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이지만 2008년 11월 출시된지 한달 만에 250여개가 팔려나갔다. 지금도 매년 2000개 이상이 팔린다. 베트남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33달러(약 264만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장용국 LG생활건강 베트남법인장은 "한류와 상류층을 공략한 VIP 마케팅 등에 힘입어 환유고를 찾는 베트남 여성이 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월평균 200여개가 판매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LG생활건강 베트남(LG비나코스메틱)의 동나이공장 1층에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끄베르 에상스' 등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현지 화장품 시장의 53%를 차지하는 중저가화장품(매스) 시장에서도 선전 중이다. LG생활건강이 2000년 세운 베트남 동나이공장에서 생산하는 매스 브랜드 '라끄베르 에상스'와 '이지업'은 현지 매스 시장 1위인 유니레버 '폰즈'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팔리는 화장품의 90%가 수입 제품인데 그 중 LG생활건강 제품이 17%를 차지하고 1~2위를 다투고 있다"면서 "한국 판매 브랜드인 '오가니스트'·'온더바디' 등을 추가로 출시해 베트남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급증·FTA 발효…호재 잇따라

베트남 내 'K-뷰티' 인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인구와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베트남 인구는 현재 세계 14위인 9300만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20~30대 인구가 3300만명이나 된다. 국민 평균 나이도 28세로 매우 젊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연소득 8500달러(약 1000만원) 이상인 중산층 인구도 매년 200만명씩 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6.5%로 전망했다. 또 2016∼2020년 연간 성장률은 6.5∼7.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베트남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5%와 6.6%로 종전보다 0.4%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20일 발효된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007년 6월 발효된 한·아세안 FTA를 통해 베트남과 FTA를 체결했는데 이번 양자 간 FTA는 화장품 등을 개방 품목에 새로 넣었다. 이에 따라 현재 40% 수준인 한국 화장품의 베트남 관세가 10년 뒤엔 철폐된다.
 

1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한국대사관에서 한국·베트남 국장급 실무협의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서 지난 17일 하노이에서 베트남 보건부와 화장품 부문 국장급 실무협의체 회의를 가졌다. 중국에 집중된 우리 화장품의 수출국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확대·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양측은 한국 업체의 베트남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현지 규제의 개선을 비롯해 내년 8월 호찌민에서 열리는 국제미용박람회 '뷰엣뷰티'에 한국 정부와 업체가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김진석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우리 화장품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양국 규제당국자 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하기로 했다"고 회의 성과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수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