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철학과 보훈지청의 명칭변경
2015-12-16 13:16
김진섭의 명수필 '명명철학'의 말미에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것의 태반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구절이 있다.
명칭의 소중함과 아울러 명칭이 가지는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는 무언가의 명칭이 잊히고 새로운 무언가로 명명되는 것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1월 1일부터 이전의 이름 대신 새롭게 명명될 15개의 이름에도 이러한 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새해부터 변경될 국가보훈처의 소속 보훈지청의 명칭 변경을 가리키는 것인데, 아래에서는 이러한 명칭변경의 대강과 그 의의를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보훈처 혹은 그 소속기관(이하 '보훈관서'로 통칭)의 명칭은 군사원호청의 창설 이래 계속되어 왔다.
기관의 위상 변화에 따라 청이 처로 바뀌었고, 보상의 개념의 확장되면서 원호가 보훈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도 지방의 관서들이 합쳐지거나 나뉘면서 보훈관서의 이름은 변동을 거듭해왔다.
그럼에도 1998년 천안·김천보훈지청의 폐지로 5개 지방보훈청과 19개 보훈지청의 직제가 굳어진 이후 2015년까지 지방보훈관서의 명칭은 변동 없이 2015년에 이르렀다. 때문에 수많은 국가보훈대상자들과 보훈공무원들은 짧게는 18년, 길게는 20년 이상 지속된 현 지방보훈관서의 이름에 애착을 느끼고, 그 변동에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진 현재의 명칭을 바꾸는 것은 현 명칭을 유지함으로써 드는 비용보다 새로운 명칭을 도입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변경 대상이 되는 현 지방보훈관서의 명칭은 기초자치단체명과 '보훈지청'으로 되어있다.
이를테면 의정부보훈지청과 수원보훈지청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명칭은 십수년간 사용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보훈 관계자에게 혼선의 요인이 되고 있다.
"고양보훈지청은 어디에 있어요?"라든지 "왜 의정부보훈지청이 가평고등학교에 호국보훈의 달 홍보를 요청하나요?"라는 착오에 의한 물음은 보훈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15개의 새로운 이름은 이러한 혼선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새로운 명칭은 대한민국의 광역구획과 동서남북 사방위로 구성된다. 즉 경기도라는 광역구획의 북쪽 지방 11개 시·군의 보훈업무를 관장하는 보훈관서는 '경기북부보훈지청'이고, 경기도 남쪽의 보훈업무를 다루는 보훈관서의 명칭은 '경기남부보훈지청'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명칭이라면 보훈혜택을 위해 고양보훈지청을 찾는 보훈대상자도 없을 것이고, 각종 보훈선양을 위해 타 기관과 협조하는 보훈공무원에게 이따금씩 찾아드는 난감함도 없어질 것이다.
물론 현재의 명칭에 익숙해지고 애착을 가진 많은 보훈 관계자들은 현 시한부 명칭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명칭에 이질감 혹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포괄권역 명칭변경은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보훈대상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보훈관서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나라사랑 교육·분단극복캠페인 등 협업이 필요한 국정과제의 추진력을 제고하여, 궁극적으로는 미래 보훈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참으로 이름이란 지극히도 신성한 기호다."라는 명명철학의 끝맺음이 필자에게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새로운 보훈지청의 명칭에 의해 촉발될 놀라운 변화의 필연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