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성공 스토리] ⑨ 손정의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2015-12-14 15:19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지난 3월 실적발표 간담회에서 황금알과 거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소프트뱅크 제공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전 세계 벤처캐피탈사 실적 중에서도 소프트뱅크가 압도적일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자신이 투자해 성장을 이룩한 기업을 ‘황금알’이라고 소개하면서, 스스로를 이솝우화에 비유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이제까지 3877억 엔(약 3조7500억원)을 투자해 11조 6699억엔(약 113조 억원)을 회수했다. 투자금액의 30배에 이르고 IRR(내부수익률) 45%라는 경이적인 수치다. 그는 알리바바, 야후 등 굵직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거액의 부(富)를 손게 거머 쥐었다.

손 사장의 전설적인 투자 결정 중 대부분이 과거 5번의 US 오픈 대회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96년 손 사장은 당시 28세였던 제리 양 야후 창업자와 페블비치에서 골프를 즐겼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야후에 대한 200만 달러의 투자를 집행한 상태였으며, 손 사장은 1억 달러의 추가 출자를 제안했지만, 제리 양은 “200만 달러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필요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제리 양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골프가 끝난 뒤에도 5시간 동안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 손 사장은 “1억 달러가 필요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 설득해 자신의 투자 제안을 끝내 성사 시켰다. 그 해 야후는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며, 손 사장은 투자 7년 만에 2962억 엔(약 2조8000억원)의 수익과 함께 ‘야후 재팬’을 손에 넣었다.

‘전설의 6분’이라는 일화도 있다. 손 사장은 1999년 베이징을 찾아 수많은 기업가들을 불러 각각 20분씩 발표하게 했다. 투자할 곳을 찾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알리바바를 창설한 마윈도 모습을 나타냈다. 마윈이 이 곳에 나타난 것은 잘 아는 투자 애널리스트로부터 이 자리에 나와줄 것을 부탁받았기 때문이다. 마윈이 발표를 시작하자 손 사장은 6분 만에 그의 설명을 중단시켰다.

갑자기 강단 앞으로 걸어나온 손 사장은 "당신의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라고 물었고 마윈은 “돈은 부족하지 않다”면서 “다만 지인이 와달라해서 왔을 뿐”이라고 거절했다.

손 사장은 마윈을 도쿄에 다시 한번 초청해 최종적으로 20억 엔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 투자액은 15년 후 4500배가 넘는 9조 엔으로 돌아왔다.

손 사장은 지난 3월 실적발표 간담회에서 "황금알은 팔아버리면 그만이고, 거위자체도 황금은 아니지만, 사육하면 1개, 2개씩 황금알을 낳는다"면서 "나는 황금알 자체보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싶다"면서 "이제 내 얼굴을 보면 거위를 먼저 떠올릴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인도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가 전자상거래업체 ‘스냅딜(Snapdeal)이다. 소프트뱅크라는 거위가 황금알을 낳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다.

손 사장은 “미국의 저명한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 프리미엄’이 있어 전 세계 시장과 투자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앞으로 소프트뱅크의 투자 실적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소프트뱅크 투자의 프리미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