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②] 이수근 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 "기부, 쉽고 재밌게 하세요"

2015-12-11 07:51

이수근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이수근 한국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사무총장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젊은 세대의 기부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이수근 사무총장은 "자선냄비에는 무기명으로 돈을 넣기 때문에 기부에 참여하는 연령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편지글 등을 봤을 때 기성세대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20·30세대 등 젊은층의 기부를 확대해 더 폭넓게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세군은 올해 디지털 키오스크인 '스마트 자선냄비'를 선보였다. 젊은 세대의 쉽고 재미있는 기부를 위해서다.

이 총장은 "스마트 자선냄비는 자선냄비 원형 그대로의 모습에 터치스크린을 적용, 몇 번의 터치만으로 후원 대상과 후원 방식을 선택해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아동·청소년, 여성·다문화, 노인·장애인 등 원하는 대상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세군이 올해 휘슬러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선보인 '스마트 자선냄비'


수혜 대상에 대한 설명과 모인 기부금이 사용되는 사업까지 보여줘 기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도 더했다.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최근 추세를 반영해 카드로도 기부가 가능하도록 해 편의성도 높였다.

이 총장은 "연말에 몰리는 기부와 나눔활동이 일상생활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올해 모바일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자선냄비 따끈이(Smart Charity Pot)'를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이 앱을 통해 구세군이 진행 중인 지원 사업의 내용과 자선냄비 모금액의 향후 사용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선냄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세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 총장은 "구세군은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군대를 의미하는 기독교의 한 교파로서, 복음 전파와 사회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며 "조직 문화도 군대식으로 신자를 병사로, 목사를 사관으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자선냄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이 총장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했다"며 당시 구세군 여성 사관 조셉 맥피(Joseph Mcfee)의 이야기를 꺼냈다.

추운 겨울철 배 한 척이 파선 당해 난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조셉 맥피는 오클랜드 부두의 다리에 솥을 걸어놓고 "냄비를 끓게 합시다"라고 호소하며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래전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주방에서 사용하던 솥을 거리에 내걸고 모금 한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민들에게 따뜻한 수프를 끓여 먹일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성금이 모였고, 이 사건을 계기로 자선냄비가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1928년 12월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국구세군에는 '사랑의 손길을 자선남비에'라는 붓글씨 글귀가 쓰여져 있는 최초의 자선냄비가 보관돼 있다.

당시 한국 사령관이었던 스웨덴 선교사 조셉 바이(박준섭) 사관이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들여온 것이다. 나무막대 지지대에 가마솥을 매달아 만든 자선냄비 20여개가 명동·종로 등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을 만났고 당시 화폐로 812원을 모금했다.

솥부터 시작한 자선냄비는 긴 세월을 거쳐 옷을 갈아입고 있다.

 

솥부터 시작해 모습을 바꾸고 있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독일 주방용품 기업인 휘슬러코리아는 2004년부터 낡고 찌그러진 자선냄비를 교체하고 수리해오면서 지속적으로 구세군을 지원하고 있다. 휘슬러 직원들이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진 모습으로 초라하게 있던 낡은 자선냄비를 보면서 구세군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 총장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부분도 있어 구세군이 그런 부분을 촘촘하게 기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어려운 사람에게 가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