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50) "화장품 사러 서울 갈 필요없다" 중국 해외직구 시장 급성장
2015-12-11 08:00
中 해외직구 2018년 180조원 전망
알리바바, 징둥닷컴, 너도나도 '한국관' 개설
중국제품 외면, 관세회피 등 하이타오 '그림자'도
알리바바, 징둥닷컴, 너도나도 '한국관' 개설
중국제품 외면, 관세회피 등 하이타오 '그림자'도
최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한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의 해외직구 열풍을 표현한 것이다. 매체는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더 많은 한국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징둥닷컴은 올 3월 한국제품 판매 전용 페이지를 개설해 100곳에 가까운 한국 업체들을 입점시켰다. 징둥닷컴에 따르면 지난 해 100억 위안에 달했던 한국 브랜드 관련 거래액이 향후 3년 후엔 500억 위안(약 9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알리바바도 두 달 후인 지난 5월 '한국관'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이곳선 주로 한국 화장품을 비롯해 식품·유아용품 등이 팔리고 있다. 더 많은 한국 브랜드 입점을 위해 지난 9월엔 한국에서 해외 첫 패션쇼까지 열며 홍보전을 펼쳤다. 장졘펑(張劍鋒)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은 “문화적 유사성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한국 제품들이 중국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인의 해외직구, 즉 ‘하이타오’ 열풍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하이타오는 '바다'를 의미하는 '하이(海)'와 골라낸다'는 뜻의 '타오(淘)'의 합성어로 인터넷에서 해외상품을 쇼핑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시장분석업체 어도비 디지털 인덱스(ADI)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최대 쇼핑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와 사이버먼데이 기간인 지난 달 26일부터 31일 닷새간 중국 하이타오족이 구매한 총액이 5500만 달러(약 648억원)에 달했다.
미국 온라인 결제사이트 페이팔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 쇼핑 경험이 있는 중국 네티즌의 35%가 해외 직구를 했다. 지난해 26%에서 9% 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22%), 일본(12%)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계 각 온라인쇼핑몰도 중국 하이타오족(族)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블프 기간 아마존은 전세계 10여개 국가의 400여개 상품을 중국 소비자에 최저 할인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메이시, 블루밍데일 등 유명 쇼핑몰과 백화점들은 중국의 알리페이 결제를 도입했다.
그야말로 중국 하이타오족이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를 쇼핑하고 있는 모양새다.
◆180조원 시장…팽창하는 하이타오족
중국 시장조사업체 빅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 해외직구 시장은 2400억 위안(약 43조4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해 1500억 위안에서 60%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나라 해외직구 시장 규모(2조원)의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 하이타오족 수는 지난 해 2000만명에서 올해 2400만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인터넷 보급 확대와 중국인들의 구매력 향상으로 하이타오 시장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전자상거래연구센터는 오는 2018년까지 중국 해외직구 시장이 연평균 60%씩 성장해 약 1조 위안(180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온라인쇼핑몰도 속속 해외 직구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해에만 알리바바, 징둥닷컴, 아마존과 같은 거물급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일제히 중국 해외직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 2월 자사 온라인쇼핑몰 티몰에 '글로벌티몰'이라는 해외직구 사이트를 오픈했다. 여기에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개 유명 브랜드 수 백개가 입점해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아마존닷컴도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중국법인을 세우고 물류창고 등 자체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해 10월부터 해외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간 배송 건수는 2000만 건에 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해외직구 온라인쇼핑몰도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상하이 자유무역구에 출범한 '콰징퉁(跨境通)'이다. 이곳은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온라인쇼핑몰로 다른 사이트보다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현재 콰징퉁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해외직구 몰은 충칭(重慶), 닝보(寧波)에서도 오픈한 상태다.
중국 정부의 국제전자상거래 지원책도 해외직구 시장 성장에 한몫 하고 있다. 국무원은 지난 5월 국제 전자상거래 발전을 추진하는 지도 의견'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국제 전자상거래 발전을 정부 차원에서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내비쳤다.
중국은 지난 2013년 10월 상하이(上海)·충칭·항저우(杭州)·닝보·정저우(鄭州) 등 5개 도시를 국제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이후 광저우(廣州), 톈진(天津) 등을 추가하면서 모두 8곳으로 늘었다. 지난 3월에는 국무원이 항저우를 국경간 전자상거래 실험구로 지정했다. 이들 시범도시에서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와 부가세가 면제된다. 샘플 통관 검사 시에는 우편세만 부담하면 된다. 수출입 절차도 훨씬 간소화했다. 올 5월부터는 원활한 국제 전자상거래를 위해 통관 심사 절차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진행하고 있다.
◆'우먼파워' 키워드로 읽는 하이타오족
"여성, 주링허우(九十後·1990년대 이후 출생세대), 서민화."
오늘날 중국 하이타오 시장을 읽는 핵심 키워드 세 개다. 최근 알리페이가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해외직구족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보다 중국 하이타오족은 7배나 늘었다.
이 중 70% 이상은 여성으로 25세부터 40세까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중국에 해외직구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 사태 때 중국산 분유를 믿지 못한 엄마들이 대거 해외 분유 직구에 나서면서 해외직구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연령도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블프 기간 중국인 해외직구족 중 주링허우가 차지한 비중이 34%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늘었다. 바링허우(八十後·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 동안 일부 중·상류 계층에서만 국한돼 있던 해외직구가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해외직구 비용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블프 기간 중국인 1인당 해외직구 비용은 699위안(약 12만6800원)에 달했다. 지난 해보다 다소 감소한 수치다.
블프 기간 중국에서 해외직구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곳은 상하이였다. 도시 별로는 전체 해외직구족 중 상하이(21%)에 이어 베이징(13%), 항저우(4.9%), 광저우(4.5%), 선전(3.9%), 청두(3.62%)가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각 도시별로 해외직구로 주로 사는 물품이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초콜릿, 캔디, 향수를 해외직구로 가장 많이 사는 사람은 상하이인이었다. 스모그 오염이 심각한 베이징인들은 공기청정기를, 미식가로 소문난 광둥인들은 식품류를 해외직구로 주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타오족의 그림자
하지만 하이타오의 뜨거운 열풍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바로 중국산 제품들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날이 고급·다양화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수요를 중국 기업들이 맞추지 못하면서 이들이 해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인들이 일본 비데를 사고, 뉴질랜드 분유를 사고, 한국 화장품 직구에 열을 올리는 것이 중국산 제품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중국에서 ‘공급측 개혁’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직구 열풍 속에 일부 ‘다이거우(代購)’, 즉 해외 구매대행 업체들이 수입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개인 물품 배송으로 위장하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조만간 해외 구매대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명품시장인 중국에서 호황을 누렸던 해외 명품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해외직구로 명품을 사는 중국인이 늘면서 소비가 줄었기 때문. 이에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짐을 싸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 버버리가 올해에만 10개 매장을 닫은 것을 비롯해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도 올해 매장 3곳을 철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