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46) 바이주, '反부패' 칼날 피해 세계 입맛 공략 중
2015-10-02 06:08
시진핑 지도부 출범후 '부패아이콘' 꼬리표…매출 급감
서민화·국제화 통한 재기 노려
보드카·위스키 등과 나란히 세계 6대 증류주…뉴욕 한복판 바이주 Bar 오픈
서민화·국제화 통한 재기 노려
보드카·위스키 등과 나란히 세계 6대 증류주…뉴욕 한복판 바이주 Bar 오픈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명절이 다가오면 중국인들은 대개 '바이주(白酒)' 한 두 병씩을 손에 들고 고향을 찾는다. 명절 최고 선물로 꼽히는 게 바이주기 때문. 지난 중추절 연휴를 앞두고 바이주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섰던 이유다.
중국 호화 사치술의 대명사인 ‘우량예(五粮液)’는 9월 초 주력 생산제품인 52도짜리 우량예 500㎖ 출고가를 기존의 609위안에서 659위안(약 12만3500원)으로 50위안 인상했다.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이하 마오타이)’도 최근 자사 주력제품인 53도짜리 500㎖ ‘페이톈(飛天)마오타이’ 소매가를 기존의 1099위안에서 1199위안으로 100위안 슬그머니 올렸다.
하지만 섣부른 가격 인상의 결과는 참담했다. 소비자들은 바이주를 외면했다. “한 달에 마오타이주 한 병도 못 팔았다”는 도매상의 한탄까지 흘러나왔다. [관련기사 링크: 한국인이 즐겨찾는 바이주 ]
한때 중국에선 "명절이 오면 중국 바이주(白酒) 가격, 판매량도 오른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설, 추석, 단오, 노동절 등 연휴 때만 되면 가격을 올리면서 한 해동안 바이주 가격이 두 배로 뛰어 소비자들의 욕을 먹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바이주는 불티나게 팔렸다. 물량이 없어 도매상들이 미리 현금 결제하고 제품을 확보해야 했을 정도였다.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4년 312만t에 달했던 중국 바이주 생산량은 2013년 1226만t으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출범 이후 상황은 180도 반전됐다. 부패와의 전쟁에서 마오타이를 비롯한 고급 바이주에 '부패 아이콘'이란 꼬리표가 붙으면서 역풍을 맞은 것. 공직사회에 ‘바이주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은 바이주를 외면했다. 매출은 급감했고, 주가는 폭락하는 등 기나긴 엄동설한을 보냈다.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바이주 가격을 내려야만 했다. 한때 2000위안까지 치솟았던 마오타이 한 병 가격은 900위안 대까지 낮아졌다.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중국을 대표하는 11개 브랜드 바이주 가격은 지난 2012년 이후 평균 11% 내렸다.
▲자존심 버린 바이주 기업들
날개 없이 추락하던 바이주 업체들의 부활 키워드는 ‘서민화’다. 고관들이 흥청망청 마시던 술에서 평민들의 술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 것. 각 업체마다 제품 가격을 내리고 300~500위안 대 중저가 제품군도 확대했다.
이에 바이주 기업들의 실적도 서서히 호전되고 있는 추세다. 올 상반기 전체 18개 바이주 상장사의 영업수익은 600억 위안(약 11조원)에 육박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지난 2년간 중국 바이주 업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선방한 결과였다.
올 상반기 마오타이의 영업수익이 157억7900만 위안(약 2조94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17% 상승했다. 이에 따른 순익도 9% 늘었다. 지난 해 전체 영업수익 증가율이 3.69%에 그쳤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수이징팡(水井坊)도 올 상반기 영업수익이 174.10% 늘어난 3억8884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5018만 위안의 순익을 기록, 수 년간 기록한 이어온 적자행진을 간신히 멈췄다. 같은 기간 우량예는 영업수익이 3.83% 하락하며 순익이 17%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감소폭을 줄였다.
바이주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이번 중추절 시장 분위기에서 보여지듯 예전과 같은 바이주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는 다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 뉴욕 1호 바이주 전문 바…글로벌화 박차
최근 중국 바이주 업체들은 더 이상 중국 대륙에 갇혀있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이주는 술의 색깔이 없어 투명한 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리·수수·밀·옥수수 등 곡물을 이용해 발효주를 빚고 여기에 열을 가해 술을 뽑아내는 증류주다. 위스키·럼주·보드카 등과 함께 세계 6대 증류주 중 하나다.
지난 해 바이주 생산량은 전세계 증류주 생산량에서 37.6%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 세계 주류 시장 판매 점유율은 0.8%에 그치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바이주의 향후 글로벌화 잠재력이 무궁무진함을 보여준다.
이미 해외 주류 업체들은 중국 바이주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조니워커'로 유명한 디아지오는 수이징팡을 2011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루이비통모헤네시(LVMH)도 2011년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인 젠난춘(劍南春) 계열사 지분 55%를 인했다. '잭 다니엘'로 유명한 미국 양주업계 거물인 브라운포맨도 우량예와 지난 해부터 시장 마케팅이나 신제품 개발 등 방면에서 서로 협력 중이다.
바이주는 점차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넓히며 위스키·럼주·보드카 등 세계적인 증류주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와인품평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이 개최하는 세계증류주대회 '스피릿 셀렉션'에 바이주는 처음으로 독립 경쟁 심사종목에 포함됐다.
지난 3월엔 미국 뉴욕 도심에 바이주 전문 바 ‘루모스(Lumos)’가 오픈했다. 뉴욕 최초의 바이주 전문 바로 이름을 알리며 현지 언론에도 오르내렸다. 이곳엔 서양인의 입맛에 맞춰 60종이 넘는 바이주 칵테일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주의 글로벌화를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장벽으로 향(香)을 꼽는다. 간장, 블루치즈 냄새처럼 꼬리한 바이주 특유의 짙은 향을 꺼려하는 외국인이 많기 때문. 게다가 50%를 넘는 알코올 농도도 부담스럽다. 마오타이주가 375㎖ 병당 100달러가 넘는 등 유명 위스키 등과 비교해 비싼 가격도 단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