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메카' 美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경쟁력 높은 까닭은…
2015-12-09 12:00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UC버클리)입구.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미국에너지부(DOE)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LBNL·LBL)'가 나타난다. LBL 입구에서 조금 더 언덕을 오르면 원형으로 된 커다란 돔형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LBL의 대표 연구시설로 둘레 200m에 달하는 방사광가속기 'ALS(Advanced Light Source)'가 있는 실험실이다.
실험실 가운데에는 1929년 UC버클리 교수였던 어니스트 로렌스가 고안한 세계 최초의 원형 가속기가 놓여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켰을 때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물질의 특성을 관찰하는 기기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만 13명, 이 중 가속기를 이용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는 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과학기술계에서 ALS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에만 ALS를 사용한 실험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건수는 1000여 건. 1년 평균 가동 시간은 5000시간이 넘는다. ALS에 있는 40개의 라인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온 실험장비로 가득 차 있다. 스테판 케반 LBL ALS 과학담당 부센터장은 "LBL은 ALS를 원하는 과학자들에게 장비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LBL과 UC버클리간의 협력은 학생들의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학부생, 대학원생이 ALS와 같은 장비를 직접 다루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박원영 LBL 연구원은 "학부생 때 ALS를 직접 다뤄보고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연구자로 커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이 실제 실험에 참여하면서 학점까지 인정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대학 중심 캠퍼스 연구단을 설립하면서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KAIST 등에 거점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임미영 LBL 연구원은 "대구경북과기원(DGIST)도 처음 연구소로 운영하면서 우수 인력을 길러냈다"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전 세계 많은 연구소가 대학의 인력을 활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ALS의 또다른 성공 요인은 과학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인력을 고용한다는 점이다. 지원인력에는 서류작업 뿐 아니라 ALS 장비를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 테크니션을 모두 포함한다. 현재 3200여명의 LBL 직원 중 과학자는 2000여명, 지원인력이 1200여명이다. 전체 직원 중 기술지원과 행정지원 인력의 비율이 38%에 달한다. 반면 국내 연구소의 경우 지원인력 비율은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장비보수나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이 정년없이 연구할 수 있는 것도 연구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요건이다. 올해 61살인 케반 부센터장은 언제까지 연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연구가 지겨워 질 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상 LBL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과학자들의 정년이 없으며 80세까지도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버클리/미래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