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세계경제 키워드는 환경, 선진국형 제도만이 미래 보장”

2015-12-07 08:03
정연만 환경부 차관 “내년예산 핵심은 미세먼지 등 국민생활환경 개선"
올해 최대성과는 화학물질 관련 법개정…폭스바겐 사태 커진 건 환경인식 덕
환경산업 반드시 육성해야 할 분야…파리 기후변화총회 이후 변화 주목

[사진제공=환경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최근 세계경제 키워드는 환경이다. 엘리뇨·미세먼지 등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의 환경 정책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다만 미래 세대에게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환경관련법이 필요하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지난 32년간 환경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그가 바라보는 현재의 환경은 분명 30년 전보다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 그만큼 환경 정책이 국가에 미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보더라도 세계 시장이 얼마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부도 ‘판매정지·리콜·과징금·인증취소’라는 유례없이 강한 제재 조치로 경고에 나섰다.

내년 환경부 예산은 미세먼지를 중심으로 한 대기 부분에 상당수 공을 들일 예정이다. 또 폐기물과 환경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 “국민을 생각하는 환경정책에 집중한다”

정 차관은 내년 예산의 핵심으로 ‘국민생활환경 개선’을 꼽았다. 모든 정책의 우선 순위에 ‘국민’을 올린 것이다. 어찌보면 환경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보겠지만 좀 더 국민과 밀접한 부분에 집중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정 차관은 “내년 환경부 예산은 무엇보다도 환경안전 관리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위한 생활환경 개선에 주안점을 뒀다”며 “건강하고 안전한 물환경과 대기환경 조성,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을 보전하고 국민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사업에도 예산을 투입해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의 내년 예산과 기금안은 전년 대비 0.2% 늘어난 6조7183억원으로 편성됐다. 부문별로는 대기가 24.3%, 폐기물 12.0%, 환경정책 10.8%, 자연 7.6% 등 대부분 분야가 골고루 증액됐다.

정수된 깨끗한 수돗물 4분의 1 이상이 땅 속으로 새버리는 노후지방상수도를 개량함으로써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사업을 2개소에 시범 실시하면서 향후 바람직한 추진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도 내년에 마련한다.

그는 “서울시 씽크홀 주요 원인인 노후하수관을 정비하기 위한 예산도 목적예비비로 500억원을 편성했다”며 “김포 거물대리, 대구 안심연료단지 등 환경오염 피해를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구제급여 예산 50억원 신규 편성과 새롭게 위해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제어하기 위한 노후차 조기폐차, 비산먼지 제거차량, 대기오염측정망 등 관련 예산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부터는 10만명을 대상으로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 원인 규명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어린이 출생코호트 스터디’를 시작한다.

환경산업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대기질 개선은 물론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위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집중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미래 ‘블루골드’로 지칭되는 물산업 전초기지가 될 물산업 클러스터 구축사업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재활용 체계의 근본적 개선을 도모하는 재활용환경성평가체계 구축사업 예산을 신규로 편성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반도 고유생물에 대한 주권을 확립하고 이를 활용한 생물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사업도 증액 편성했다.

◆ 올해 가장 큰 성과는 ‘환경제도 선진화’

정 차관은 올해 환경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로 ‘환경제도 선진화’를 주저 없이 거론했다. 그동안 여러 이해관계로 평행선을 달리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올해 시행됐다.

그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비전으로 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래 환경부도 ‘국민행복을 완성하는 환경복지’를 목표로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와 말 못하는 동식물들을 위해 환경제도를 선진화하는데 힘써왔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구미 불산 유출사고 같은 화학물질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화학물질 위해로부터 국민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화평법, 화관법은 올해 환경부 최대 성과로 손색이 없다.

또 시장에 출시되는 화학물질은 사전에 그 유해정보를 등록하도록 하여 ‘No data, No market’에 기반한 사전 예방적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로부터 누출사고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장외영향평가·위해관리계획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화학물질안전원을 설치하는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화학물질사고 대응시스템을 마련한 부분도 올해 성과 중 하나다.

정 차관은 “올해 성과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것이다. 과거 3차례나 국회 통과에 실패했던 법안이다”라며 “이 법률 제정으로 환경오염과 피해 간 인과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 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환경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환경정의가 실현되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제사회에 공언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범부처 로드맵을 수립·확정하고 시장 매커니즘에 기반해 기업이 유연하고도 경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도 올해 성과다.

정 차관은 “지난 30~40년간 유지된 매체 중심 환경 인·허가 제도를 과학화, 선진화하는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제’를 도입은 선진 환경정책이 진일보했다는 대목”이라며 “앞으로도 환경부는 현세대의 환경서비스를 극대화하면서 미래세대의 행복도 보호해주기 위한 주춧돌을 하나하나 쌓아나가겠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세계시장…우리 환경산업의 기회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록해 196개 국가와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사회, 관련 전문가 등 3만명 이상이 미래 기후변화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파리기후총회(COP21)는 도쿄의정서 이후 신기후체제 출범을 논의하는 자리로 개막 이전부터 세계의 눈과 귀를 집중 시켰다.

정 차관은 “이번 회의가 전지구 차원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부담해 온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2005~2020)를 대체해 모든 국가가 사실상 감축에 참여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문, 가칭 ‘파리합의문’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며 “특히 총회 첫날인 지난달 30일에 147개국 정상이 참여한 대규모 정상회의가 개최돼 신기후체제 출범에 대한 각국 의지를 재확인 했다”고 설명했다.

정 차관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기조연설을 통해 신기후체제 출범을 지지하시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을 소개했다”며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해 100조원의 신시장과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의무적인 감축책임이 없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신기후체제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모든 국가들이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감축에 참여하게 된다.

◆ “폭스바겐 사태가 커진 이유…환경 인식 높아졌기 때문”

올해 하반기 환경분야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단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다. 폭스바겐 EA189 엔진(구형엔진)이 장착된 차량에서 배기가스 저감장치 불법조작을 확인한 것이다.

환경부는 동일 조작 엔진 탑재 차량은 총 12만5522대이며 이번에 적발된 차량에 대해 지난달 23일 판매정지 명령과 리콜명령을 내렸고 141억원 과징금도 부과했다. 제작차 인증취소를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청문 등 행정절차를 개시했다.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유례 없는 강력 조치를 한 것이다.

정 차관은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된 폭스바겐, 포르쉐 3000cc급 경유차를 포함해 국내에 경유차를 판매 중인 16개 제작사에 대한 추가검사도 이달부터 시작해 내년 4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라며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임의설정을 막기 위해 ‘실도로조건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임의설정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환경부가 배출가스에 대해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정 차관의 판단이다. 경유차량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폭스바겐의 조작사건이 이슈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유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에는 이 분야를 더 확대해 시장 안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 차관은 “전기차나 수소차는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친환경차 산업은 차량을 생산하거나 부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이기도 하다”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시사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보급이 가장 잘 되는 지자체로는 제주도를 들 수 있다”며 “제주도는 전기차 주행거리에 알맞은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지방보조금 700만원을 정부보조금 외에 별도로 지원하는 등 지자체 보급 의지가 높다”고 소개했다.

◆ 미래는 환경산업 시대…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정 차관은 미래 산업은 환경을 빼고 말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환경 산업은 환경의 질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환경규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엔진 역할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정 차관은 “국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대외적인 환경규제와 환경시장 개방압력 등에 잘 대응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하려면 국내 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지원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환경시장 규모는 2013년 현재 약 9240억 달러로 연평균 약 3.5%씩 성장해 2020년에는 1조161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환경시장은 연간 2.7%의 성장률을 보이고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환경시장은 7% 내외로 급성장 중이다.

우리 환경기업의 해외 수출액은 2013년에 7조9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세계시장 점유율은 0.8%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정 차관은 “환경부는 국내 환경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우수 기술을 보유한 환경산업체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우수 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도록 시제품 제작, 마케팅 자금 등을 지원하며 환경기술이 사업화 단계에서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성장단계에 따라 설비 신·증설, 공정개선 등 시설자금과 맞춤형 컨설팅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부터는 우수환경산업체 48개사를 지정해 대한민국 대표 환경기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수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간 양해각서(MOU) 체결 등 우리 기업과 수출 대상국 정부와 네트워크 구축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알제리의 경우 현재 엘하라쉬 2단계 상류복원사업(3억 달러), 콘스탄틴 하수처리장(4000억 달러), 하수슬러지 소각자원화(6000억 달러) 수주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브루나이에 대표단을 파견해 내년 하수시설 마스터플랜 수립사업 추진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차관은 “국내기업이 추진하는 브루나이 하수시설 정비사업을 환경부가 지원해 2억5000억 달러 규모 하수시설 정비 시범사업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2년)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해 환경산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프로필 = 1961년 출생, 경상남도, 서울대 사회교육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공공정책학 석사, 환경처 행시 26회. 환경부 대기관리과장, 환경부 수질보전국장, 금강유역환경청장, 환경부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