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한 삼성 사장단 인사… 사업재편·미래 먹거리에 초점

2015-12-01 10:58
-점진적 세대 교체 눈길

왼쪽부터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신임 사장(무선사업부장))과 정칠희 신임 종합기술원장(사장)[사진=삼성그룹 제공]


아주경제 윤태구·한아람 기자 =큰 변화는 없었다. 일부 주력 사업부 리더가 교체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변화' 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이다. 이번 인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 및 기타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부회장단은 4명으로 유지됐다.

아울러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승진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서현 사장은 기존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으로 이동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실차장(사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고 팀장 2명만 승진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의 주요 특징을 삼성전자 세트 부문의 주력 사업부 리더를 교체해 제 2도약을 위한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 발 물러나는 윤부근 그리고 신종균

삼성그룹은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을 모두 유임했다.

다만 윤 사장과 신 사장의 경우 여전히 가전 및 모바일 사업의 총괄책임자 역할을 수행하지만 겸직하고 있던 생활가전 및 무선사업부장 자리에서 물러나 그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 및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하게 했다.

특히 삼성은 무선, 반도체 등 핵심제품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을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기술 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인사원칙을 확인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기술기획 업무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문의 유럽연구소장을 역임한 후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겨 상품기획, 기술전략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갤럭시의 성공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해 갤럭시 S6, 노트5 등 차별화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는 물론 녹스(KNOX), 삼성페이 등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무선사업의 제 2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기술원장 사장을 맡게 된 정칠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반도체에서 LSI개발실장, 플래시(Flash)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 개발 외길을 걸으며 반도체 신화 창조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지난 2012년말 종합기술원 부원장으로 부임해 "기술 경쟁력 확보만이 미래를 담보한다"는 신념 하에 기술개발에 정진해 온 그룹의 대표적인 '기술통'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향후 종합기술원을 부품, 소재 등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의 메카로 발돋움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이 돼 삼성의 패션사업을 총괄한다.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대표이사)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겨갔다.

◇ 성과주의 인사 다시 한 번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다시 재확인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한승 사장이다. 고 사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유전공학 박사 출신으로 바이오 벤처기업 근무 후 2000년 종합기술원에 입사하여 바이오헬스Lab장 등을 역임하면서 바이오 개발을 이끌었고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는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초창기 바이오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바이오 시밀러 사업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았다.

그는 불모지에서 일군 바이오사업을 삼성의 대표 주력사업으로 조기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보임했다. 삼성물산 관리, 경영진단팀 출신으로 2002년 호텔신라로 옮겨 신규사업부장, 경영지원실장, 호텔사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호텔 및 면세유통 사업 관련 그룹 내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사장은 2011년 말부터 호텔신라 운영총괄을 맡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진출, 미국 면세기업인 DFASS사 인수를 성사시키는 한편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향후 호텔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글로벌 면세 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살린다

삼성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겸비한 사장단을 주요사업에 전략적으로 전진 배치해 사업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삼성종합화학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정유성 사장을 삼성SDS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의 풍부한 업무경험과 경영안목 및 인사부문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람이 자산’인 SDS의 인적 경쟁력을 제고하며 글로벌 ICT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도록 했다.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이동했다.

홍 사장은 2007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로 입사한 후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미디어솔루션센터장 등을 역임하면서 모바일 중심의 솔루션 사업에 대한 감각과 식견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사장은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으로 보임해 SDS가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추진하는 솔루션 사업을 조기 전력화하고 솔루션&서비스 경쟁력이 새로운 부가가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는 삼성전자 무선사업과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토록했다.

삼성SDS 대표이사를 맡아 온 전동수 사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위촉,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의료기기사업을 맡는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트 및 부품 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H/W 및 S/W, 솔루션 사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의료기기사업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미래 신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

차문중 삼성전자 고문은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부사장에 내정됐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 박사 출신으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경제학 교수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한 후 지난 6월 입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