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회사 일에 집안 대소사 챙기며 ‘진두지휘’
2015-11-24 17:30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대신 회사일뿐 아니라, 집안 대소사를 살뜰히 챙겨 관심을 끈다.
그룹 수장인 정몽구 회장이 직접 챙기지 못하는 자리에는 늘 정 부회장이 자리해 현대가(家) 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할아버지인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비추며 장손(長孫)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정 부회장은 아산의 생애와 철학을 재조명하는 각종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그가 연이은 아산 탄생 100주년 행사서 전면에 나선 것은 가족 유대감으로 성장한 가풍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산의 ‘밥상머리 교육’은 유명하다. 아산은 새벽 5시 청운동 자택으로 자식들을 불러 아침식사를 했다. 여러 손자들 가운데 정 부회장은 밥상머리 교육도 가장 먼저 받았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행사 이후 기자들과 인사는 하지만 묻는 질문에 늘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한다. 3세 경영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아직 정 회장이 건재하게 활동 중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발언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현대가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이날 연이어 진행되는 아산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의 메인 이벤트인 기념식에도 참석해 아버지의 뒤를 묵묵히 보좌했다. 앞서 지난 3월 20일 아산 14주기에 참석치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 장손으로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고, 아산 100주년 기념행사를 범현대가 식구들과 함께 논의했다.
집안일은 물론 그룹일도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월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5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려다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아버지를 대신해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근에는 정 회장이 만든 차 ‘제네시스’를 아들인 정 부회장이 고급브랜드로 출범시키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현대차의 미래를 결정하는 행사장에 정 회장이 아닌 정 부회장이 등장한 것을 두고 재계는 후계구도가 앞당겨지고 3세경영이 본격화됐다고 전망한다.
그는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 2000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전무, 2008년 기아차 해외담당 사장을 거쳐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불과 10년 만에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지만, 이제야 3세 경영인으로 ‘금수저’ 이미지를 딛고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제네시스가 국내외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면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네시스의 성패가 ‘정의선 체제’의 갈림길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초반 분위기는 좋다. 제네시스 브랜드 첫차인 EQ900은 사전 계약 하루 만에 총 4342대로 판매 호조를 보였다. '정몽구의 차'로 유명한 에쿠스의 첫날 계약실적 1180대 대비 약 4배의 성과다. 향후 ‘정의선의 제네시스’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