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반납에 희망퇴직까지…성과주의 미명 하에 개혁 강요당하는 금융권
2015-11-23 15:32
성과주의 확산 강조…급여반납에 연봉 체제 변경 움직임
수익성 악화 지속…희망퇴직 통해 몸집 줄이기
수익성 악화 지속…희망퇴직 통해 몸집 줄이기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개혁 추진의 일환으로 성과주의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저금리 기조 고착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이중고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임금체계를 기존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강조하면서 급여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과급제 일부 적용을 확정지은 곳은 신한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이다. 이들 은행은 전 직원이 아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들에게 성과급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SC은행 역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제공하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성과급제 도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지금까지 KEB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직원들의 급여의 일정 부분 반납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일부 은행들은 성과급제 변경과 함께 희망퇴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기조 고착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함이다.
SC은행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SC은행 측은 특별퇴직 신청 대상 직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직원 총 5600여명 중 2500여명이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별퇴직은 영국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른 것으로 SC은행은 이에 앞서 2011년과 2013년에도 특별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중간급 직원들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에 1122명에 이어 이르면 연말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을 두고 고임금 저수익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확산을 위한 압박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으로 내부적으로도 개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인데도 안일주의에 빠져있는 것처럼 여겨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성과주의제를 비롯해 전면적인 개혁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그동안 은행권 급여 체계가 호봉제를 중심으로 운영돼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성과주의 문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더라도 은행권 내 기존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