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 벌레에서 '건강한 노년' 힌트 얻다…'건강수명' 측정법 개발
2015-11-20 19:00
노화에 따라 느려지는 순간최고운동속도 이용해 남은 건강수명 예측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수명연장은 인류의 숙원이다. 그러나 수명연장이 곧 건강한 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명의 양보다 질이 더욱 중요하다. 단순한 수명이 아닌 건강수명(healthspan) 조절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노화에 따른 건강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실험방법과 이를 통해 남은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은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예쁜꼬마선충의 노화에 따른 운동성 저하를 측정해 남은 건강수명을 예측하는 유용한 지표를 개발했다. '순간최고운동속도감소(MV·Maximum Velocity)'를 이용해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쇠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남은 수명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 건강한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MV는 특정주기에 있는 예쁜꼬마선충의 움직임을 일정 온도와 습도 조건에서 CCD(Charge Coupled Device·전하결합소자) 카메라를 이용해 24시간마다 30초간 초당 30 프레임의 속도로 촬영, 가장 빠른 속도를 추출한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선충의 MV가 성체가 된 후 6일째부터 예외 없이 느려지는 것을 관찰해 MV가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충의 MV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일정 수치를 유지하다가 한 번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마치 탄성을 잃어버린 용수철처럼 운동능력이 감소하는 것이다.
MV는 평균이동속도나 인두 부분의 움직임 횟수 같은 기존 운동성 지표보다 수명과의 연관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어 선충의 고유한 유전적 운동능력 평가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반 선충 보다 장수하는 돌연변이(인슐린 수용체 제거)가 노화가 진행됨에도 불구, MV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닌 건강수명(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