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 추모 넘어 축제의 장

2015-11-18 21:47

고 아산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사진=현대기아차]


아주경제 이소현·윤정훈 기자 = ‘불굴의 개척자’ 아산(峨山)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떠났지만, “이봐 해봤어?” 한마디로 설명되는 도전정신과 “내게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는 그의 열정을 그리워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18일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린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은 베토벤 교향곡 ‘영웅’이 울려 퍼지며 아산의 추모를 넘어서는 축제의 장이었다.

교향곡 운명 중 유명한 장송 행진곡인 제 2악장 중간부. 음악이 밝아지며 장렬하게 치솟아 오르는 부문에서는 아산이 통일소 500마리와 함께 방북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범 현대가는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아산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날 기념음악회에는 현대가 식구뿐 아니라 현대그룹 계열사의 부사장 이상 임원과 정재계 인사 등 아산을 추억하는 이들 2500여명이 참석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등이 참석했다.

범 현대가의 CEO들이 집안 제사를 제외하고 외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11년 3월 아산의 10주기 추모 음악회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아산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사진=현대기아차]


가족대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은 이날 참석대신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 자료집에서 인사말을 전했다.

정 회장은 “아산은 민족애적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근검 성실과 신뢰, 긍정의 철학을 실천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며 “산업화를 향한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창조적 사고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아신의 정신을 이어받아 역경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륙하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부여된 소명이라 믿는다”며 “오늘 음악회가 아산의 정신을 기리고 모두의 뜻을 모아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다짐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장남인 정 회장 대신 범 현대 가족들과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정 이사장은 “바쁘신 와중에 많이들 와주시니 고맙다”며 “형제들도 많이와서 좋은 자리에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산의 큰 손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생전 할아버지 아산과의 추억에 대해 묻자 “엄할 때는 엄하고 좋을 때는 좋으신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아산 정주영 탄생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앞은 아산을 추억하는 이들도 발 디딜틈이 없었다.[사진=현대기아차]


이날 아산 100주년 기념음악회에는 3호선 남부터미널 5번 출구에 10분마다 운영하는 셔틀을 배치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범 현대가뿐만 아니라 울산 등 전국 지역 각지에서 아산을 추억하는 이들도 참석했다.

울산에서 올라온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는 “울산에서 정주영 회장은 존경받고 훌륭하신 분”이라며 “국가산업 발전에 끼친 공으로 그의 호를 딴 ‘아산로’도 있다”고 아산에 대한 추억을 전했다. 아산로는 현대차가 1994년 10월 건설해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도로다. 해안로라고 부르다가 아산의 업적을 기리는 뜻으로 도로명을 개명한 바 있다.

범 현대가는 이번 기념음악회를 시작으로 아산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잇달아 진행한다. 탄생 100주년인 25일을 전후로 아산의 생애와 가치관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기념식, 학술심포지엄, 사진전으로 구성된다.

한편, 이날 독일 드레스덴국립관현악단은 베토벤 교향곡 2번과 3번 영웅을 연주했다. 연주를 맡은 드레스덴국립관현악단은 베토벤이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평가했으며, 1548년 창단돼 470년 가까이 해체되지 않아 ‘살아 있는 서양음악사’라고 불린다. 지휘봉은 2012년부터 드레스덴국립관현악단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