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진만 아이휠 회장 “샤오미 충격, 솔직함으로 극복했어요”
2015-11-18 14: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초도물량 500대는 완판에 가깝게 팔렸고, 18일 2차분 500대가 예정대로 한국에 들어옵니다.”
중국 훈춘시를 출장 중인 박진만 아이휠 회장은 16일 본지와 페이스북 메신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안도감이 느껴지는 문자 메시지였다. 지난 4일 한국에 공식 출시한 개인용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인 '나인봇 미니 프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가산동에 소재한 아이휠 본사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박 회장은 물론 회사 임직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6일 전 중국 업체 샤오미가 베이징 현지에서 가진 신제품 발표회에서 '나인봇 미니 프로'와 외형상으로는 유사한, 하지만 320달러(한화 약 36만원)에 불과한 ‘샤오미 나인봇 미니’를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당초 아이휠은 나인봇 본사와 협의를 통해 샤오미가 중국 내수용인 '샤오미 나인봇 미니'를 최소 700달러 이상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한국 시장에 해외용으로 개발된 '나인봇 미니 프로'를 152만원에 출시하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샤오미의 충격적인 발표로 인해 애초의 계획은 미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아이휠은 나인봇 미니 프로 1000대를 샤오미의 신제품 발표 전 선구매하기로 계약했고, 11월 초 1차분 500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 진행해온 사전 마케팅 및 판매 계획이 모두 헝크러져 예정대로 론칭을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결국 솔직하게 샤오미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왜 생겼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샤오미 나인봇 미니'를 직구를 통해 구입한다고 해도 관세 8%와 부가가치세 10%, 최소 70달러의 운송비를 물어야 하며, 100달러 이상의 직구 대행료를 지불해야 하니 결과적으로 60만~70만원 수준까지 가격이 오르고, 애프터서비스(A/S)도 안돼 고장이 나면 중국으로 보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점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또한 특히 ‘샤오미 나인봇 미니’와는 확연하게 다른 '나인봇 미니 프로'의 특별한 장점들도 최선을 다해 부각시키기로 하였다.
최종적으로 상당한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가격을 99만8000원으로 낮춰 약속된 날짜에 론칭을 했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놀랍게도 수입 통관 후 열흘여가 지난 뒤 1차 분 500대가 거의 팔렸다. 사태를 이지경으로 몰고간 샤오미였지만, 어쨌건 샤오미 덕분에 대중에게 나인봇이 각인된 것이 효과가 있었다. 박 회장은 “합리적인 선택을 해준 소비자들께 정말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개인용 모빌리티, 기회의 시장
박 회장은 올해로 16년차 벤처 기업가다. 2000년 벤처기업을 창업해 한 때 연 매출 100억원에 넘어서는 기업으로 키웠으나 곧이어 찾아온 성장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을 겪어야 했다. 상처는 컸지만, 그 때의 시련은 박 회장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됐다.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중국으로 넘어가 현지 시장을 조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그 때 박 회장의 눈에 띈 기업이 나인봇이었다. 개인용 모빌리티의 원조격인 미국 세그웨이와 유사한 개인용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나인봇과 인연을 맺은 순간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겠구나 라고 확신했다.
개인용 모빌리티는 세그웨이와 같은 자기 평형 이륜차를 비롯해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 전동 휠,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총칭한다. 이들 제품군의 목표 시장은 걷기(단거리)와 자동차(장거리) 사이의 거리를 이동하는 소비자들이다. 구체적으로 5km 이상 20km 미만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수단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갈수록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심에서 자동차가 담당할 수 있는 이동수단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걷는 데 시간을 소비하기에는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개인용 모빌리티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그 가능성에 운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제품군 확대, 자체 개발도 진행중
2014년 11월, 아이휠을 설립, 아이휠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 전 한국에서는 세그웨이만 판매됐는데 가격이 1300만원이 넘어 개인이 구매하기 버거웠다. 반면, 아이휠은 세그웨이와 동급인 윈드러너를 700만원대, 나인봇은 400만원대에 내놨다. 가격 파괴였다. 기대만큼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판매됐고 각종 매스컴들도 나인봇과 개인용 모빌리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5년 초 외발 전동스쿠터 또는 전동휠로 불리는 ‘나인봇 원’을 출시하였는데 6000대가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적어도 한국에서 개인용 모빌리티 붐은 아이휠로 인해서 불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단순한 수입 유통만으로 머무르지 않았다. 아이휠 브랜드를 활용하여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군을 확장하여 프랜차이즈 형태로 유통하는 사업도 시작하였다. 더 나가아 개인용 모빌리티를 직접 연구·개발(R&D)하고 주문자상표부착(OEM) 제조까지 시도하여 ‘미니쿠’라는 전기스쿠터 브랜드도 탄생시켰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을 보면 이를 구입해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고안해 개발하고 있다”며 중국 등 외국산 제품 일색인 개인용 모빌리티 시장에 한국의 제품을 내놓고 제대로 된 경쟁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한국 내수시장의 협소함과 생산을 위한 투자금 마련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다. 박 회장은 “최소한 연간 20만대 판매 시장이 보장되어야 자체적인 생산에 뛰어들 수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1만대 전후에 머물러 있다”며 “전기차 등 완성차 업계 위주의 정책에만 신경을 쓸 뿐 개인용 모빌리티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해 투자 유치가 어려운 데다가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화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벌인 ‘36만원 이벤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