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림이 느끼는 아프리카, 우리가 느껴야 할 아프리카
2015-11-16 15:33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가수 하림이 노래를 들려주고 귀여운 인형들이 연기를 펼친다. 무대의 배경은 아프리카. 신비로운 아프리카의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하림과 양양, 이동준, 조준호 등의 세션이 즉석에서 음악을 만들어내고 인형들이 시선을 뺏는다. 어느새 이곳은 아프리다.
가수 하림의 '해지는 아프리카'의 주인공은 동물원에 마지막 남은 동물인 사자와 버림받은 강아지 한 마리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다. 강아지는 홀로 남은 사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처음엔 귀찮아하던 사자도 강아지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곤 자신이 떠나온 고향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 인형은 수시로 크기를 바꾸며 거리감을 만들어 내고, 샌드아트와 그림자 효과, 프로젝션 맵핑 등은 작은 세트에서도 생생한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천, 박스, 손가락 인형 등 다영한 소품들을 이용한 연출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음악 인형극을 표방했지만 '해지는 아프리카'에는 음악과 인형극 뿐만 아니라 OHP 아트, 마임, 그림자극, 샌드아트 등 다양한 장르들이 녹아들어 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문 이 무경계 음악극은 연령대도 허문다. 아이들이 보아도 즐겁고 어른이 보아도 치유된다. 어른들이 보아도 즐겁고 아이들의 눈높이에도 적절하다.
귀여운 강아지 산재넘이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사자 우구라므토토가 하는 이야기에 시종일관 "왜요?"하고 질문을 던지며 가라고 쫓아내도 쫄랑쫄랑 따라오는 산재넘이는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향 아프리카를 떠나 성공을 위해 동물원에 들어왔지만 평생을 철창에 갇혀 일만 한 늙어버린 우구라므토토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아닐까?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는 하림이 실제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쓴 곡들에 인형극을 접목시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핑거심벌, 버드휘슬, 래틀, 윈드차임, 음리바, 까혼 등 세계의 다양한 악기가 하림의 곡인 ‘해지는 아프리카’, ‘머니머니’,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당신은’, ‘응고롱고로’ 등을 연주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이 떠오르면서도 아프리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 ‘우구라 므토토’와 ‘산재넘이’의 상상 속 아프리카 여행기에 생기를 더한다. 중간중간 뮤지션들과 인형들이 나누는 대화도 깨알재미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마음까지 스산해지는 늦가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하림의 해지는 아프리카'가 제격이다. 연인과도 가족과도 누구와 보아도 즐겁다. 하림의 해지는 아프리카는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22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