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말라가는데…치적 홍보 '초이노믹스'에 눈살

2015-11-10 07:55
기업신용등급 강등 외환위기 이후 최대…대기업도 휘청
최 부총리 "국가신용등급 상향 내 덕"…총선 앞두고 정부도 지원사격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올해 우리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정건전성 양호 평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기업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를 뒷전으로 한 채 치적만 홍보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9월에도 국제신용평가회사가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부분을 국정감사에서 강조하며 “할 만큼 했다”고 자평해 야당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5개사(부도 1개사 포함)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61개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 신용평가 역시 올해 들어 10월까지 56개 기업 신용등급을 내렸고 한국기업평가는 1∼9월에 42개(부도 2개사 포함) 기업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까지는 업황 부진이 이어진 조선·해운·건설 등 제조업에 국한됐지만 올해는 모든 업종에서 등급이 하락했다는 부분이다. 한국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슈를 부각시키자 그동안 양호한 신용등급을 유지하던 대기업조차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을 비롯해 두산그룹의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플랜텍,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이 줄줄이 강등됐다.

또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GS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 업체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 등급도 떨어졌다.

반면 정부는 연일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놓고 최 부총리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각종 공식석상에서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언급하며 자신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9월 거제도에서 열린 한국개발원 정책세미나에서 “신용평가는 신뢰도가 높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아직도 한국경제가 망한다고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신용평가사)들은 우리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과 기업들은 최 부총리와의 자신감과는 달리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업 신용등급 강등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성장 둔화, 엔화 약세 등 대외 환경이 개선되기 쉽지 않고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업신용등급 강등 추세가 반전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선·철강·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은 구조조정을 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며 “화장품·음식료·엔터테인먼트 등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원이 더 배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