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유관기관 갈등 키우는 거래소 지주전환
2015-11-09 17:04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로 전환된 뒤 자회사인 코스콤과 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 간 업무영역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개편 작업이 내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국정교과서 여파로 지난주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법안심사 소위는 미뤄졌다.
물론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전반에 거래소의 지주회사 개편에 이은 기업공개(IPO)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있고, 노동조합과의 합의도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 후 유관기관 간 신규 사업 경쟁은 더 심화될 수 있다. 기존 업무만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두 새 먹거리 찾기가 급선무다.
올해 거래소는 예탁결제원과 글로벌 법인식별기호 및 파생거래기록보관소 선정을 두고 경쟁한 바 있다. 코스콤도 예탁결제원과 크라우드펀딩 중앙기록관리기관 선정을 두고 경합했다.
이는 각 유관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법률적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내재된 문제였으나, 지주사 전환 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크라우드펀딩 기록이란 업무도 '보관' 혹은 '거래' 등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다.
실제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코스콤에 대한 내용이 전무하다. 결국 지주사 전환 후 유관기관의 독립성이 강화되면 이같은 논란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 9월 거래소가 보유한 지분매각을 통해 독립성을 요구하고 있고, 코스콤도 자본시장 IT기능 일원화 및 전산자회사 법제화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취지와 다르게 자본시장 기능 간 공조체계가 와해되고, 되레 자본시장 전반의 운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자회사 등의 범위에 최소한의 구체성·명확성을 부여해 자본시장 인프라 운영기관 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금융상품거래법에서 금융상품거래소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금융상품거래소 만을 명시해 이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