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미국법인에 1억달러 투입 두고 내·외부 엇갈린 시선

2015-11-06 07:00

KB손해보험 사옥 전경[사진제공=KB손해보험]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김병헌 KB손해보험 사장이 그동안 부실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미국법인에 1100억원을 투입, 일단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9월에 24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KB손보 관계자는 “미국법인에 대한 준비금 투입이 비용처리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며 “미국법인은 어려움을 걷어내고 회생의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KB손보의 미국법인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지난해 말 LIG손해보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LIG손보는 수 백개의 보험사가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 현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그러다 LIG손보가 판매한 배상책임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또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현지 보험중개사를 통해 가입을 받고 이를 통한 사후 관리도 부실해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때문에 당시 LIG손보 미국법인이 현지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KB손보는 미국법인에 9월 한달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달러(약 1100억원)를 투입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라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적어졌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KB손보의 불확실성이 완화돼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노조 등 내부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외부의 시선과는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법인 부실 문제가 불거졌던 작년 11월, 김병헌 LIG손보 사장은 감사위원과 감사실장을 찾아가 징계를 요청, 주의조치를 받았다.

당시 LIG손보 일각에서는 "경영진이 미국법인 부실문제에 대해 정확한 해명이나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어물쩍 넘기려 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듯 했으나 이번에 9월 경영실적이 발표되면서 미국법인 부실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KB손보(구 LIG손보) 노조를 중심으로 당시 부실 문제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KB손보 직원은 “국내에서는 비용절감을 강조하면서 명확한 설명도 없이 1000억원이 넘는 큰 돈을 미국법인에 투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국법인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