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초기 농경 입증할 곡물 흔적 발견

2015-11-02 10:51
인천 운서동Ⅰ·양양 지경리 유적서 조, 기장 등 곡물 압흔 발견

인천 운서동Ⅰ 유적 2지점 15호 주거지에서 발견된 토기(좌)와 압흔 조사로 발견된 조의 흔적(우). [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신석기 시대의 대규모 취락지인 인천 운서동Ⅰ유적과 양양 지경리 유적지에서 조, 기장 등 곡물 재배의 흔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인천 운서동Ⅰ유적과 양양 지경리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에 대한 압흔(壓痕) 조사 결과 운서동 유적에서 조, 기장 등 곡물 압흔 131점, 지경리 유적에서 조, 기장, 들깨 등 압흔 294점이 발견됐다고 2일 밝혔다.

한반도 중부 서해안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인 기원전 4000~3600년경의 대규모 취락지로 추정되는 인천 운서동Ⅰ유적은 대규모 주거지와 함께 정형화된 농경구가 발견돼 중국 화북이나 요서 지방에서 이뤄진 조 중심의 초기 농경 방식이 도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운서동 유적지에서 조와 기장 등의 잡곡을 직접 재배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당시 도토리를 위주로 한 채집과 수렵 중심의 신석기 생활에 조, 기장 등의 잡곡 농경이 도입되면서 식량 공급의 안정성이 확보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양양 지경리 유적에서 발견된 압흔 294점은 다른 유적과 달리 이 지역에서 기장의 산출량이 조의 약 6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부 서해안에서 시작된 신석기 초기의 농경 양식이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양양 지역에서 기장 중심의 농경이 발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에 재배된 식물 중 조와 기장은 가장 먼저 재배된 주요 작물로 여겨져왔다. 그동안 늦어도 신석기 시대 중기인 기원전 3500년경에는 한반도 남부지역까지 널리 퍼졌던 것으로 추정돼왔으나 창녕 비봉리 유적과 부산 동삼동 유적 등에서 불탄 조와 기장의 압흔 등이 발견되며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의 농경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양양 지경리 유적 출토 토기에서 발견된 압흔의 조(좌)와 들깨(우).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에 확인된 조, 기장, 들깨 압흔 대부분은 껍질에 쌓인 상태로 탈곡된 뒤 도정 단계에서 토기에 혼입됐을 것으로 보이며 발견된 곡물들이 모두 가을 작물이라는 점에서 추수 이후인 10월을 전후한 시점에 토기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의 토기 점토 안에서 70여 점의 곡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중앙문화재연구원과 강릉대학교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실시한 '식물고고학을 통한 선사시대 농경화 연구'의 하나로 주사전자현미경(SEM) 촬영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오바타 히로키(일본 구마모토대) 씨와 이경아(미국 오리건대) 씨의 자문을 받았다.

문화재청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생업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 우리나라 초기 농경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토기 압흔분석이 보다 활발히 진행된다면 한반도의 농경 기원과 선사 경제생활의 복원에 도움이 될 학술자료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