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캔자스시티의 '특별한' 2015 MLB 월드시리즈

2015-10-30 06:30

[사진출처=캔자스시티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캔자스시티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2차전에서 7-1로 승리했다. 이로써 2연승으로 앞으로 2경기만 승리하면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게 된다.

작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전력상 우위에 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짝수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석패하며 우승트로피를 내준 캔자스시티는 전력을 더 강화해 다시 우승 도전에 나섰다.

캔자스시티는 올 해 우승하면 1985년 이후 처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게 된다. 그들은 이번 시리즈에서 두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1선발 에딘슨 볼케즈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 시작 전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은 볼퀘즈의 아버지 다니엘 볼케즈가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는데 볼케즈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케즈의 가족들은 이 소식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길 바라지 않아 구단에 볼케즈에게는 비밀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볼케즈는 경기가 끝난 후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이동해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다. 그는 도미니카로 떠나며 동료들에게 “뉴욕에서 보자”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는 이번 시리즈가 뉴욕에서 열리는 세 경기 중 마지막 5차전 까지 갈 경우 자신이 등판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차전에서는 이 밖에도 놀라운 기록들이 나왔다. 캔자스시티의 1번 타자 알시데스 에스코바가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메츠 선발 투수 맷 하비의 초구 95마일 직구를 통타해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그라운드 홈런을 터트렸다. 월드시리즈에서 인사이드 파크 홈런은 1929년 당시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뮬 하스가 시카고 컵스와 월드시리즈에서 기록한 뒤 처음 나온 진기한 장면이다.

[사진출처=캔자스시티 페이스북]

이 후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캔자스시티는 3-4로 뒤져있던 9회 이 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알렉스 고든이 포스트시즌 방어율 제로의 메츠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에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동점 솔로포를 뽑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경기 시간 5시간9분의 '역대 최장 시간 월드시리즈(WS)'는 8회말 결정적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던 캔자스시티의 에릭 호스머가 마무리 지었다. 상대 실책과 조브리스트의 안타, 그리고 고의 사구를 얻어내 만든 무사 만루 상황에서 우익선상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때려 끝내기 타점을 올렸다. 이후 호스머는 인터뷰를 통해 “다시 기회를 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2차전에서도 드라마는 계속됐다. 그 주인공은 2차전 선발 조니 쿠에토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캔자스시티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쿠에토를 데려왔다. 쿠에토는 신시내티에서 통산 1339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3.21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에도 이적 전 130이닝을 던지며 2.62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캔자스시티는 쿠에토를 데려오며 팀을 이끌 1,2 선발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적 후 쿠에토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3경기에 나와 4승7패 평균자책점 4.76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들쭉날쭉했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휴스턴과의 2차전 6이닝 4실점, 5차전 8이닝 2실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토론토와의 3차전에서 2이닝 동안 8실점 하는 등 3경기에 나서 16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7.88에 그쳤다.

잘 던진 날은 잘 던졌지만 좋지 않은 날은 쉽게 무너지는 ‘롤러코스터 피칭’을 펼쳤다. 정규시즌에서의 부진과 더불어 포스트시즌에서 기복 있는 피칭으로 ‘먹튀’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첫 등판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캔자스시티가 자신을 데려온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월드시리즈에서 아메리칸리그 소속 투수가 완투승을 거둔 것은 1991년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완투승으로 그 범위를 좁혀 봐도 2000년 이후에는 2001년 랜디 존슨, 2003년 조시 베켓, 2009년 클리프 리, 그리고 지난해 매디슨 범가너 밖에 없다.

[사진출처=캔자스시티 페이스북]

마지막으로 알시데스 에스코바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만 20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이는 캔자스시티 역사상 최다타이 기록이다. 역사상 포스트 시즌에서 20개의 안타를 때려낸 캔자스시티 선수는 1985년의 윌슨, 작년 호스머와 캐인 뿐이었다. 이제 에스코바는 남은 시리즈에서 안타 하나를 더 때릴 경우 캔자스시티의 역사로 남는다.

또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만 세 개째 3루타를 기록한 에스코바는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스캇 포드세드닉의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남은 경기에서 3루타 하나를 더 추가하면 MLB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많은 3루타를 친 선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