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앞으로 환전업자가 외환이체업을 겸영하는 것이 허용된다. 현재 은행이 독점했던 해외송금 업무가 환전업자를 통해서도 가능하게 돼 은행과 환전업자들 간의 송금 수수료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환전업에 대한 감독권이 한국은행에서 관세청으로 이관되며 환전업자의 위중한 의무위반 시 과태료 부과, 재등록 기간 제한 등 제재도 강화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환전업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환전업은 지난 1962년 도입된 이래 주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환전·송금·수령 등 일관된 외환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과 달리, 환전업자는 오직 환전 업무에만 한정돼 영세 업자들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감독과 제재도 미미해 일부 환전업자는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에 의존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환전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환제도 개혁방안에 따라 도입을 추진 중인 외환이체업을 환전업자도 물적·인적 요건을 갖춘 경우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전자금융업법상 자금이체업을 하려면 자본 규모가 30억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정부는 환전상 규모가 작은 점을 고려해 자격 요건을 낮춰줄 계획이다.

환전업자가 외환이체업을 하게 되면 외국인 근로자 등 외환거래 소외 계층이 환전과 송금 등 일관된 외환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환전·송금 분야에서 환전업자와 시중은행이 경쟁하게 돼 외환서비스가 질적·가격 측면에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환전업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감독권을 한은에서 관세청으로 이관해 조사의 전문성과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외환이체업을 겸영하는 환전업자에 대해서는 관세청과 금융감독원이 소관사항에 대해 공동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체를 하지 않는 일반 환전업자는 관세청이 감독하고 외환이체업 겸영 환전업자에 대해서는 관세청이 환전업 부문을, 금감원은 이체업 부문을 각각 감독한다.

경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불법 거래나 의무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정부는 의무위반 사항이 중대하면 영업정지, 등록취소 외에 과태료를 함께 부과하고 보고 의무를 소홀히 한 업체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등록이 취소된 업자의 재등록도 일정 기간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는 기간에 제한 없이 재등록할 수 있다.

최지영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이번 대책으로 환전업의 대형화와 경쟁력 강화가 이뤄져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근로자 등 외환서비스 소외계층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이체업 겸영이 허용되면 비공식적인 경우가 많았던 환전상의 환전 및 송금 수수료를 제도권 내로 흡수해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