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미 공화당 3차 토론회…"공화당 혼란 드러내"

2015-10-29 17:32
마르코 루비오·테드 크루즈 등 군소 후보만 두각

[사진=CNN 화면 캡쳐 ]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토론회였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3차 TV 토론회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당초 이번 토론회는 2위로 추락한 트럼프와 새로운 선두주자로 등극한 벤카슨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여러 후보들의 상호공격이 난무하고, 주최측이었던 미국방송 CNBC와 후보들 사이의 신경전까지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논쟁은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끄럽기만 했던 이번 토론회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 레이스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 세금·고용 등 경제문제 주제…"카슨·트럼프 정책은 환상" 군소후보자들 비판 

이번 토론회는 28일 오후 8시부터 2시간여 동안 콜로라도 주 볼더의 콜로라도대학 쿠어스 이벤트센터에서 열렸다. 

당초 트럼프 대 카슨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토론회는 다소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군소후보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의 자질에 대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으면서 대결구도는 '선두주자 대 군소후보'의 모양새를 띠었다. 

특히 이번 토론회의 주제였던 경제 부분에 있어서 카슨과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로 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특히 존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세금감면과 일괄과세 등을 주장하는 두 후보의 공약이 국가재정을 수십조의 빚더미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공격했다. 케이식 주지사는 이들의 공약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을 뽑기 직전에 처했다"며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사실상 비정치인 출신인 트럼프와 벤슨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미국을 갈기갈기 찍어놓은 사람이 지지율이 잘 나오는게 당황스럽다"며 트럼프와 카슨을 함께 비판했다.

한편 새로운 1위로 올라선 벤 카슨은 토론 초반에 "오늘 이 자리에서 나의 동료들과 끔찍한 일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네거티브 공세의 여지를 없앴다. NYT는 이러한 카슨의 태도 덕에 다른 후보들도 원색적인 공격은 자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서 벤 카슨이 '선두 굳히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정치평론가인 데이비드 저겐은 "벤 카슨이 선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지못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에 따라 트럼프와 카슨이 선두를 유지하면서 나머지 후보들이 도약을 모색하며 협공하는 양상이 계속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루비오 상원의원 두각…주최측 CNBC와 후보들간 거센 신경전도  

한편 현지 언론들은 공화당 후보자들 대부분이 지지부진한 답변을 한 가운데 가장 돋보인 인물은 루비오 상원의원이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늘밤은 루비오 상원의원의 선거 캠페인 중 최고의 날이었다"면서 "자신이 가진 정치적인 자질들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토론회 중간 중간 루비오는 자신감 있는 태도와 발언으로 관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첫번째 공격은 부시 전 주지사가 시작했다. 자신과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는 루비오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부시 후보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난 4월 13일 대선 출마 선언 후 59차례나 의회 표결에 불참해 논란이 이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당신이 (상원의원) 임기 6년의 취임 선서를 했다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루비오 의원은 "당신이 (역시 투표에 많이 빠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투표 기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보지 못했다"면서 "지금 나에게 이런 공격을 하는 것은 내가 당신과 경쟁하는 후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아마도 누구가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해 그러는 것 같은데 나는 대통령에 출마한 것이지 이 자리에 있는 다른 후보들을 공격하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토론 참석자인 후보자들과 주최측인 CNBC 방송 간의 신경전이 두드러졌다. 후보들은 토론진행자들이 던지는 질문과 진행 방식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토론 진행자의 한 명인 존 하우드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모든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거론하며 "대권도전을 만화처럼"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그렇게 질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동물들을 우리에 가둬두고 싸우게 하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시스템에 대한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진행자들의 질문이 편향되었다면서 "민주당은 무소불위의 슈퍼팩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주류 언론"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CNN은 이날 "주로 경제분야만 다루던 CNBC가 후보자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으며, 정치 토론회를 진행의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