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더 늘어난다…정부 개입 노골화

2015-10-29 08:48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국사편찬위원회가 내달 정부의 교과용도서구분고시 확정 이후 국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할 예정으로 검정용 집필기준보다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집필기준에서 국정역사교과서 내용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늘어나는 집필기준을 통해 정부의 집필진에 대한 개입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국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준비중으로 작업이 끝나면 교육부 승인을 받아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교육과정은 집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집필기준은 집필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역할로 보다 상세하게 집필방향과 유의사항을 제시한다.

국사편찬위는 국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검정용보다 더 구체화하고 항목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국사편찬위 관계자는 "국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검정 시안보다 항목이 더 많이 들어가고 집필방향과 유의점 등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더 추가될 것"이라며 "내용에 대한 우려가 많고 의견도 많아 수용할 것은 하고 안되는 것은 거르면서 집필진이 어느정도의 선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정권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쓰기 위해 집필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엔 교과서를 집필했던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집필기준을 자세하게 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쓰겠다고 하는 강한 표현"이라며 "검정 교과서에서는 집필기준을 자세하게 제시하지 않고 필진의 재량권을 보장했던 것이 추세였고 양심적으로 쓰라고 하면서 그나마 바람직하게 운영이 됐었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을 부인하면서 각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의견을 수용해 내용과 유의사항을 추가하고 집필기준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최근 거론이 되고 있는 3.1운동의 대표적인 활동가였던 유관순 열사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에 대해 집필기준에서 제시하는 등 정파를 막론하고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사편찬위 관계자는 “검정 교과서는 집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해 집필기준을 공개했지만 국정이 되더라도 만들어 놓은 것을 바탕으로 마련해 공개할 것”이라며 “검정 때도 집필기준을 공개했는데 국정 때도 집필기준이 완성되면 공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검정제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만들었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용 집필기준 시안을 바탕으로 만들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1일 시안을 공개했었다.

지난달 23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국정 교과서용 집필기준은 다시 만들어지게 된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과 같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고시 교육과정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내용이 병기되는 방향으로 집필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국정역사교과서는 개정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수립은 1948년으로 기술하게 된다.

이렇게 표현이 되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과 일제시대의 주권이 임시정부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게 돼 일본의 식민지배를 인정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이같은 비판을 완화할 수 있는 집필 유의사항이 추가될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한다는 시안의 집필 방향도 국정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도 관심이다.

개정 교육과정 고시에서는 성취기준에서 3・1 운동의 영향으로 민족 독립 운동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제기돼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수립됐다고만 표현하고 있다.

검정 집필기준에서 기술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친일 청산 노력과 한계’라는 표현도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주목된다.

일제시대 친일 논란, 이승만 정부의 4.19혁명을 촉발하게 된 부정과 박정희 정부의 독재 정치 등 우리나라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친일 독재 미화 논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사편찬위 관계자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국정역사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집필기준에 관련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내달 공개되는 집필기준을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