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갑부들, 런던 마천루 지배…영국인들 “모욕적”
2015-10-26 15:35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영국과 중국의 밀월 관계는 정치인과 기업인들만의 이야기인 듯 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갑부들이 잇따라 런던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자 영국인들 사이에 반감이 치솟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국제 부동산페어'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자가 모두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가장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런던의 전체 부동산 거래 대금 가운데 중국 자본은 10%에 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영국 방문 기간에는 중국인 투자자와 기업가 등으로 이뤄진 대표단이 영국 각 지역을 돌며 시의원과 영국 부동산 업체들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중국 최고 부자로 꼽히는 완다그룹 회장 왕젠린은 58층 빌딩을 런던에 건설 중이다. 5성급 호텔과 극장, 헬스클럽, 가라오케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건물 입주자의 30퍼센트는 중국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 기업 그린랜드는 12억파운드(약 2조원)를 투자해 런던에 67층짜리 고급 아파트를 건설 중이다. 이는 런던에서 가장 비싼 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영국인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국제부동산 페어 기간 전시회장 밖에서는 영국인들이 외국 투자자의 런던 부동산 투자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래디컬 하우징 네트워크의 제이크 프리랜드는 “가열 양상을 보이는 외국인 투자가 런던의 커뮤니티를 망칠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비영리 단체 타워 햄릿 렌터스의 글렌 맥마헌은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런던에 대한 모욕”이라며 “중국인의 건설 투자 붐은 주택대란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중국 갑부들의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시장 분석가 에릭 자오는 “자국 경기 둔화를 피해 중국 갑부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현재 영국의 영주권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흐름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은 1000만파운드(약174억원)를 지닌 외국인 투자자가 영국에서 2년을 거주하면 영주권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