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위기’ 트럼프 ‘이민문제’ 재점화 시도

2015-10-26 07:39
최근 카슨에 역전 허용, 지지층 결집 노려

[사진=CNN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벤 카슨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민문제를 다시 꺼내들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CNN 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 "카슨은 이민정책에 있어 매우 매우 약하다. 사면을 강하게 믿는 사람"이라면서 "이곳에 불법으로 거주하는 사람들한테도 시민권을 주자는 건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남쪽 국경에)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쪽 국경에 장벽을 쌓자는 주장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경선에 도전 초기 언급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던 내용이다.

트럼프가 이미지 악화를 무릅쓰고 이민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지난 100일 넘게 압도적 지지율로 당내 1위 자리를 지켜오다 최근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에게 처음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비록 자신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이 악화하더라도 반이민 정서를 부추겨서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 등으로 묘사한 데 이어 이후 지속적으로 극우보수를 겨냥한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는 이들이 마약과 범죄와 질병을 가져온다"는 등 극단적인 그의 발언들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시원하게 말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이 공화당 후보 가운데 1위를 줄곧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근 실시된 두 차례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벤 카슨에게 처음으로 연이어 역전을 허용했다. 아이오와는 내년 2월1일 대선 경선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려 '대선풍향계'로 통하는 곳이다.

블룸버그-디모인 레지스터의 여론조사(10월16∼19일· 401명)에서 트럼프는 19%에 그쳐 28%를 얻은 카슨에 9% 포인트 뒤졌다.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10월14∼20일·574명)에서도 20%의 지지율로 역시 28%를 기록한 카슨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러한 지지율 변화로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가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재결집을 노리고 다시 한번 이민 문제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특히 그는 28일 CNBC 방송 주최로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도 이민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