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기술경영, ‘독과점’ 스페셜티 수확
2015-10-25 14:42
최태원 SK 회장은 R&D(연구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바스프, 다우, 미쓰비시 등 글로벌 메이저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페셜티 제품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
25일 SK 및 업계에 따르면 스페셜티 제품은 높은 기술진입장벽으로 독과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품 개발을 위해 대규모 R&D 비용이 소요되지만, 상업화 단계부터는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화학산업 범용 제품 수익률이 6~10%라면 스페셜티 제품은 13~17% 정도다.
SK는 장기간의 R&D 노력 끝에 이같은 스페셜티 영역에 발을 들였다.
SK케미칼은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신공장의 상업화에 임박했다. PPS는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헤드램프용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으로 스페셜티 제품이다. SK케미칼은 PPS 상업화를 위해 R&D부터 10여년간 공을 들였다.
PPS 신공장은 최근 건설작업을 마치고 시험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매년 1만2000t 규모의 PPS를 생산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향후 추가 투자로 2만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PPS 시장 내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2020년 연 매출 3000억원, 2024년 3500억원의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SKC도 스페셜티 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자동차용 엘라스토머(고탄성 고분자 화합물) 제품인 자운스범퍼 출시에 이어 최근 철도용 탄성패드 공급계약을 체결해 엘라스토머 소재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탄성패드는 그간 전량 수입해왔으나, SKC가 독자기술로 국내 처음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국내 중견기업과 공동 개발한 반도체 케미칼 소재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고기능 정밀화학 제품으로, 역시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수입의존도가 높은 제품을 국산화 한 사례다.
SKC는 지속적으로 스페셜티에 역량을 집중해 스페셜티 매출 비중을 현재 13%에서 2018년 3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이 사우디 사빅과 손잡고 준공한 넥슬렌 공장에서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가 생산된다. 넥슬렌은 석유화학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명이다.
SK종합화학은 넥슬렌을 통해 미쓰이, 다우, 엑손모빌 등 일부 메이저만 생산해왔던 고부가 제품 시장에 진출했다. 넥슬렌 제품의 가격 프리미엄은 다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SK그룹 제조사가 기술개발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는 것은, SK식 R&D 체계를 구축해 연구개발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SK측은 설명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사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신개념 R&D를 도입해 고부가 기술의 사업화에 힘써왔다.
SK식 신개념 R&D는 사업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연구개발에 나서며, 엔지니어링 파트의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신속한 사업화를 위한 실무진의 의견을 반영하는 'R&BD+E(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Engineering)' 개념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쟁사보다 더 큰 수확을 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술과 R&D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프로덕트를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스페셜티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국내 화학산업의 위기극복 전략이 될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화학산업은 10년간 연평균 8.3% 성장을 통해 세계 5위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으나, 범용 제품 중심의 설비 투자에 집중해오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 글로벌 공급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위기에 노출됐다.
이에 비해 일본과 유럽의 화학 메이저들은 경쟁 열위 설비들의 합리화를 진행하는 한편, 전략적인 M&A를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