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만드는 국정 역사 교과서 재미없는 개설서 수준 될 게 뻔해”

2015-10-18 09:45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1년 내에 만드는 국정 역사 교과서가 개설서 수준으로 학생 눈높이에서 벗어난 딱딱한 내용의 개설서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8일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1년 내에 만들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고 그렇게 집필을 한다면 학생 눈높이에 맞지 않은 재미없는 개설서 수준의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논리에 맞게 기존 검정 체제를 보완하면 되는 것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균형 있게 만들겠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검정 교과서가 집필진 6명 정도가 1년도 안 걸려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집필하던 마음 맞는 팀들이 모여 기존 내용을 보완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국정 교과서를 1년 안에 만드는 경우 과연 충실한 내용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의 본업이 끝나면 남는 시간에 국정 교과서를 집필할 텐데 서로 성향이 다른 집필진들이 한 과목당 10~20명이 모여 논의하면서 탐구활동 등 학습요소도 넣으면서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과서를 과연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존의 교과서가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의 관점에서 앞뒤를 잘라 일부 내용만을 추려 소개하기 때문으로 교육부의 검정 심의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완성도 있는 교과서라고 봐야 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편향적 교과서로 지적하고 있는 미래엔의 한국사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서 성향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보충자료가 풍부하고 학생들이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게 꾸며져 있는 가운데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채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엔 교과서가 탐구활동 자료를 재미있게 만들고 홈페이지에도 수많은 자료를 올려놓으면서 자기주도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제작해 교사들이 점수가 나올 만한 교과서로 판단하고 다수가 선택하게 된 것이지 단순히 성향 때문에 택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관점에서 봤을 때 내용이 편향적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관점 외의 내용은 편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역사 국정 교과서를 균형에 맞게 쓰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미래엔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국정 역사 교과서에 양심적인 사람들이 집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부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부실하게 나올 수밖에 없고, 삼고초려를 하겠다고 하는데 말로는 무슨 소리를 못하겠나”라며 “교육부가 검정을 통해서도 잘못된 내용을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고 수정할 권한이 있는데 편향적이라고만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저자들이 부실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태웅 교수는 “국정 역사 교과서는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서 쓰게 되는데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겠는가”라며 “말이 균형이지 집필진이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는 공부를 하면서 쓰면서 통설을 확인해야 하고 벗어나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1년 안에 써야 된다면 남의 것을 베끼거나 결국 자신이 썼던 내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어 뉴라이트 성향이 참여하면서 그 방향으로 내용이 채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논란이 국정화 논란으로 이미 정치화돼버려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내용을 벗어나게 된 것도 문제로 교사와 학생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 교수는 “교과서 제작자들도 심의에서 요구하면 고치기 마련으로 1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검인정을 철저하게 하고 충분하게 시간을 주면 교과서 오류 등은 걸러지고 집필진도 심사료 1000만원 가량을 다시 부담하지 않고 심의에 붙기 위해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어 검정을 강화하면 된다”며 “역사교육의 안정화가 절실히 필요한데도 정부가 이 틀을 바꿔 안타깝고 국정 교과서를 추진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면서 피해는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