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후계자는 장남이"

2015-10-16 21:59
94세 신격호 자신이 "20년 더 경영" 정신건강 의심

신격호 입국[사진=KBS화면 캡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후계자는 장남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걸 반발하겠다고. 지(신동빈 회장)가 후계자가 되겠다고 하면…그건 한국 풍습, 일본도 그렇지만 장남이 후계자인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신격호(94) 총괄회장이 16일 서울 소동동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아들 가운데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개 인터뷰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강조해 왔던 '아버지의 뜻'이 완전히 왜곡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육성 지지'가 동시에 여러 한계를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신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을 완전히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좋다"고 답했고, 발음은 다소 부정확했지만 귀를 기울이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했다.

다만 아주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해줘야 알아들을만큼 귀는 무척 어두워진 상태였다.

이처럼 초고령(94세)을 감안할 때 신체적 건강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정신 건강 측면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남겼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의 현안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하던 중 신격호 총괄회장은 "후계자가 누가 되는 거 그런거…나는 아직 10년, 20년 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10년, 20년 더 경영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과연 신 총괄회장이 현재 명확한 사리분별과 판단이 가능한 상태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정책본부도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행보에 대해 끊임없이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신동주 지지' 의사가 육성으로 확인됐다해도, 이 사실이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 경영 기구나 절차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일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는 이미 지난 7월 28일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과 관계없이 이사회가 움직일만큼 신동빈 회장이 이미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신격호 회장이 아무리 거듭 장남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그 사실 하나만으로 신동빈 쪽으로 완전히 기운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