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연출' 롯데가 경영권 분쟁…신 총괄회장 쟁탈전
2015-10-17 00:01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주·신동빈 형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신 총괄회장 쟁탈전 양상을 띠면서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듯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16일 오후 1시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의 정혜원 홍보상무와 법무법인 양헌의 손익곤 변호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격호 총괄회장 감시 중단 요구’ 등을 담은 내용증명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소공동의 롯데그룹 본사를 찾았다.
이들은 앞서 26층 신 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출입이 통제돼 24층 회의실 앞에서 1시간가량을 기다린 끝에 롯데그룹 측 법률 대리인을 만났다.
이 변호사는 “우편으로 내용증명을 받겠다”고 주장했고, 손 변호사는 “내용증명 발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찾아왔는데도 수령을 거부한다는 말씀이냐”라고 물었다. 이 변호사는 “수령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편으로 받겠다는 뜻입니다”라고 답변하는 등 3분간의 설전은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이날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받으려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손 변호사는 “주말이 껴서 내용 효력 발생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었는데 우편 송달만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DJ코퍼레이션 측이 전달하려던 신 총괄회장 친필 서명이 담긴 내용 증명에는 △총괄회장인 본인의 즉각적인 원대 복귀와 명예 회복에 필요한 조치 △신 회장을 포함해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임원들의 전원 해임과 관련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 △총괄회장의 집무실 주변에 배치해 놓은 직원 즉시 해산과 CCTV 전체 철거 △향후 신 전 부회장이 본인(신 총괄회장)의 거소 및 지원인력에 대한 관리 총괄 △본인의 승낙이 있는 자의 통신 및 방문 등 본인과의 소통행위에 대한 일체의 방해행위 금지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느니, 정상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하는 등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 즉각 중단 및 사과 등 명예회복에 필요한 조치 요청 등 6가지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내용증명 사건은 롯데그룹이 10월 10일 신 총괄회장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며 그의 집무실에 오너 일가가 아닌 제삼자의 출입을 금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 전 부회장 측이 지나친 언론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통고사가 이미 내용증명 형식의 우편으로 롯데그룹에 발송해 다음 주 중 도착할 예정인데도 굳이 직접 통고서를 들고 롯데그룹 본사를 찾아 '수령'을 요구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 측이 이날 돌출 행동에 대해 언론 노출을 염두에 둔 '홍보성 방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SDJ코퍼레이션은 통고서 내용을 언론사에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했고, 오후 1시께 롯데 본사를 방문하겠다는 계획도 사전에 알렸다.
통고서를 직접 들고 앞장선 정혜원 상무는 실랑이 끝에 돌아가며 현장의 기자들에게 "사진 많이 찍으셨죠"라며 '확인성' 코멘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오후 4시께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관리를 위한 인수인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배치한 기존 경호 인력을 신 전 부회장 측 인력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충동을 일부러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100% 승리를 자신한다"며 소송전을 천명하면서도,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논리를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도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등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그룹 승계'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내세운 '경제적 지분 가치'라는 부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된 주주들을 모두 빼고 나머지 진짜 의결권을 가진 지분만을 계산하면 광윤사의 지분율이 과반인 55.8%에 이르고,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동주 전 부회장(50.0%)인 만큼 그룹 승계자로서 정당성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물론이고 법조계에서조차 "경제적 지분 가치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 측과 비교해 조직력에서 크게 열세인 신 전 부회장 측으로서는 이처럼 과도한 '보여주기'식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