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케저 지멘스 회장의 당부 “한국 겸손할 필요 없어요, 인더스트리 4.0 성공 확신”
2015-10-14 16:35
아주경제 채명석·배상희 기자 = “한국은 겸손한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최고의 제조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한국은 잘해 나갈 수 있습니다.”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은 14일 제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국의 산학연 관계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케저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설립 20주년 기념 ‘산업혁신 전략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강연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케저 회장은 “독일은 오랜 전통의 엔지니어링, 활기찬 경제, 강력한 제조업이 특징인 나라다. 그러나 독일 출신인 저에게도 한국 제조업의 강점은 경탄을 자아낼 정도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30% 이상이지만, 독일과 미국은 각각 22%와 1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멘스가 추구하는 제조업의 미래를 ‘디지털화(Digitalization)’으로 요약했다. “지멘스를 진정한 디지털 회사로 만들고 있다”는 케저 회장은 “디지털화는 소비자 시장(B2C)에서는 이미 보편화됐고, 최근 기업간(B2B)산업에도 퍼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제조업이다. 한국과 독일 제조업 모두 디지털화가 중요하다.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에 케저 회장은 디지털화는 제조업계에 ‘속도(Speed)’와 ‘효율성(Efficiency)’,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3대 경쟁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도는 생산속도 향상이나 생산량 증가가 아닌 시장출시기간 단축을, 효율성은 근로자 생산성 증가뿐 아니라 에너지 및 원자재의 효율적 사용, 유연성은 제조업체가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고객 맞추형 제품을 제작할 수 있어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의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위해 “디지털화를 가장 잘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정책 관계자 및 비즈니스 리더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참여 △디지털화를 통해 얻게 된 각종 데이터의 보안 및 권리의 문제 해결 △근로자들의 자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조정 및 ‘재정비(Requalifying)’체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케저 회장은 한국 정부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제시한 비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1만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 “한국은 제조업 디지털화를 성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췄다. 스마트공장 1만개 구축은 실현 가능하다. 지멘스는 이를 적극 지원할 준비가 됐다. 한국에 정말 중요한 것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폭스바겐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독일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에 대해 케저 회장은 “다른 회사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큰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폭스바겐은 수 많은 독일 회사 가운데 하나이며 그 회사가 실수를 했다. 실수를 고쳐 나가고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수년전 지멘스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를 이겨냈고 지금은 모든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우리는 주인이 있는 회사다. 34만3000명의 직원들 가운데 14만 4000명이 회사주식을 보유한 주인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주인은 고객 실망 안 시킨다. 우리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회사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케저 회장은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회동한 뒤 출국할 예정이다. 케저 회장은 “한국에 오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 고객도 있고 친구도 많다. 그중 한 명이 이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