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한국 수출 둔화…중국 가공무역 억제정책 영향"

2015-10-14 07:40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중국경제 산업구조가 가공무역 위주에서 점차 고도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올해 수출이 부진한 배경 중 하나로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가 꼽히는 가운데 여전히 중간재 위주인 대중(對中) 수출전략을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김진호 한국은행 조사역과 조유정 조사역, 김용복 차장이 공동발표한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가공무역 억제정책이 한국의 수출 둔화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무역은 다른 나라에서 원재료 및 반제품을 수입해 가공·제조한 뒤 완제품을 수출하는 형태의 무역거래를 뜻한다.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걸쳐 가공무역을 적극 장려해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낮게 창출하는 가공무역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보고 1999년부터 가공무역 제한 정책을 펼쳤다.

중국의 전체 무역 중 가공무역 비중은 1998년의 경우 53.7%였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32.8%로 낮아졌다. 총 수입에서 가공무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 50.2%에서 지난해 26.8%로 하락했다.

가공무역 제한조치로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꾸준히 축소됐으나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여전히 중간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0%인 반면에 소비재 수출 비중은 7.0%에 불과했다.

중국의 지난해 가공무역 관련 수입은 한국의 수출액이 986억달러로 전체의 20.0%를 차지했다. 대만 15.4%, 일본 11.2%이 중국에 수출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으로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조사역 등은 중국 정부가 특정 물품을 가공무역 억제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 품목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이 1∼2분기가량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에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증가율도 0.5∼0.6%포인트 따라 늘었으나 가공무역 비중이 줄어든 2012년 이후에는 이 같은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기존 가공무역 제한조치와 더불어 중간재의 국산화를 통한 자급률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조사역 등은 "중국 정부가 기계, 자동차, 소재부품 등의 자급률 확대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이들 품목의 대중 수출 증가율 둔화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