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롯데家 경영권 분쟁, 롯데 임직원 비상근무 돌입
2015-10-14 00:00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가(家)의 2차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4일 50%이 지분을 소유하며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의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기로 했다. 자신이 가진 패를 총동원해 신동빈 회장을 공격하겠다는 의지다.
게다가 한국 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반대 세력으로 여겨지는 나머지 가족들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SDJ 코퍼레이션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14일 오전 9시 30분 일본 광윤사 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광윤사 주총을 열고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이사직 해임과 이를 대신할 신임 이사를 선임하는 등 2가지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윤사는 이어 이사회를 열고 신 전 부회장의 광윤사 대표이사 선임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광윤사 주식(1주)를 신 전 부회장에게 매각하는 거래에 대해 승인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롯데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일부 보유 중이어서 광윤사의 해임 결정이 그룹 경영권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광윤사는 보유 지분에 따라 롯데홀딩스에 28.1%의 영향력만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8월 17일 이런 지분구조가 반영된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는 28일 신 전 부회장이 국내 법원에 제기했던 여러 건의 소송 가운데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이 잡히면서 신동빈 회장이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도 나머지 가족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출자의 핵심인 호텔롯데를 손에 넣어야만 대다수 한국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벌닷컴이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 롯데그룹 주력 20개 계열사의 신씨 일가족 보유 지분을 분석한 결과 신 회장은 20개 계열사 중에서 롯데케미칼(0.30%)과 롯데건설(0.59%), 롯데손해보험(1.35%), 코리아세븐(9.55%) 등 4개사에 대해서만 보유 지분이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이 13.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신 총괄회장(0.93%)과 그의 부인 서미경씨(0.10%), 신 전 부회장(13.45%),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0.74%),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0.09%) 등 다른 가족의 보유 지분은 총 15.31%에 달한다.
신 회장의 롯데제과 보유 지분도 5.34%로 반대 세력의 보유 지분 13.31%보다 열세다.
이처럼 재점화된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9월 국정감사 현장에서 신동빈 회장이 "더 이상의 경영권 분쟁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발언이 뒤짚힌 셈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리판단 능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신동빈 회장은 원치않는 싸움을 다시 한번 재현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백점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임직원들에게 비상근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한 계열사 임원은 "국정감사에서 했던 신 회장의 말을 믿었지만 자꾸 국민들에게 롯데의 이름이 안 좋은 방향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매출 향상 등에도 부정적이다"며 "직원이기는 하지만 재벌들의 싸움에 진저리가 난다"고 혀를 내둘렀다.
잠잠했던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도 다시 거세지면서 온라인상에서 롯데를 성토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폭주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