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일 과제, 과거 동서독 통일에서 답을 찾다

2015-10-13 06:20

[사진=정등용 기자]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2000년 전 가장 훌륭한 자랑거리는 ‘나는 로마 시민입니다’였습니다. 이제 자유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자랑거리는 ‘나는 베를 시민입니다’입니다. 자유는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으며 민주주의가 완벽하지도 않지만, 우리는 결코 국민을 가두거나 국민이 떠나지 못하도록 벽을 쌓지 않았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공산주의의 실패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입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1963년 6월 26일 서베를린의 라트하우스 쇠네베르크에서 이 같은 연설을 남겼다. 당시 연설은 소련의 지원 하에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후 언제 동독이 침략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있던 서베를린 시민을 격려하기 위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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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25년과 한국 광복 70년을 기념한 ‘독일-한국 교류 특별전시회’가 10월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독일의 통일 과정과 한국의 통일 준비 상황을 비교해 미래의 통일 한국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 마련됐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는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실물을 비롯해 동서독의 체제 선전 포스터, 역사 속 인물들의 명언, 동독의 다양한 유물 등이 공개됐다.

1부에서는 제2차 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연합국에 의해 분할 점령된 후 국제 냉전에 따라 동서독으로 분단돼 대치하며 베를린 장벽이 설치된 과정을 다뤘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분단 과정도 독일과의 비교를 위해 전시됐다.

2부는 냉전의 데탕트를 맞아 서독이 동독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상호교류가 활발해지고, 이 과정에서 동독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햇볕정책’ 등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만, 핵개발과 무력 도발로 표류된 한국의 상황도 그려졌다.

3부에서는 1980년대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공산권 압박과 소련의 개혁개방 분위기 속에서 동독인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후 동서독 국민의 통일 열망과 주변 관련국들의 협력으로 독일이 통일을 이룩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왕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은 “독일의 통일을 많이 언급하지만 정작 독일의 통일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독일의 통일이 자유와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과 관련 주변 당사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지혜로운 외교정책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정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