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기획소송 확산…입주민 피해 우려"

2015-10-05 12:12
작년말 기준 전국 225개 건설사 상대 663건 하자보수 이행 청구 진행, 이중 160건 소송 진행중
구속력 있는 하자판정 기준 제정과 법원 감정의 공정성 확보 등 하자분쟁 해결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최근 아파트 하자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하자기획 소송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입주민 피해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도심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2011~2012년 2월 분양 광고에 게제된 제3연륙교 건설 등과 관련 허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 배상 판결 금액은 분양 대금의 5%(2013년 8월 판결), 12%(2013년 2월 판결) 정도에 불과한 반면, 중도금과 잔금 미납에 따른 지연 이자와 대출 이자가 연 14%를 웃돌아 배상금을 상회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건설사도 입주 예정자들의 소송 제기로 준공 이후에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 경기 오산시 운암동 A아파트 입주자들은 외벽 균열 등을 이유로 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나 손해배상 청구 금액 중 30%를 배상받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변호사 비용 1억3000만원, 안전진단 비용 8000만원을 제외하자 실제 가구당 수령액은 20여 만원에 불과했다. 소송 기간 동안 간단한 수리조차 사실상 어려워 주거불편이 컸고, 소송 진행 중 집값은 더욱 하락했다.

최근 아파트 하자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하자기획 소송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입주민 피해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공동주택 하자 기획 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최근 하자 여부나 권리행사 범위, 하자보수비용 규모 등을 둘러싼 갈등이나 이해관계 대립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성규 건산연 연구위원은 "하자보수나 하자분쟁의 처리와 관한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틈새를 파고들어 과대 포장된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하자 기획소송'이 확산되고 있다"며 "법적 이익의 보호라는 허울 속에 입주민을 오히려 오도하고 경제적 부담 등의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자기획소송'이란 하자보수 등 권리의 청구보다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을 주로 추구하는 일종의 의도된 소송형태다. 2000년대 이후 매년 하자 소송은 급증해 아파트의 하자 보수비 규모는 연간 1조원대에 달하며, 이 분야 법률 시장 규모는 수백억원 대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225개 건설사를 상대로 663건의 하자보수 이행 청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160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자 소송의 주요 쟁점으로는 분양 광고, 분양 계약 등에 따른 하자보수 책임 여부와 연관성, 구체적인 하자 판정 기준, 하자보수 청구와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관계, 허용 균열 폭, 하자보수 도장(塗裝)의 범위 등이 있다.

하자 소송의 특징으로는 △하자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최장 10년의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행사·시공사에 소송을 제기해야 유리하다고 변호사가 권유하는 경우 △주로 하자보수 소송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등과 법조 브로커 또는 하자진단업체 등이 연계된 이른바 '소송영업형'과 '종합기획형' △변호사(법무법인) 등이 입주민의 하자보수나 안전 확보보다 등의 승소 판결금이나 합의금,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의 극대화에 비중을 두고 소송을 추진하는 경우 등이다.

두 연구위원은 "소송구조상 입주민은 하자소송에서 청구가 기각, 패소는 물론이고 승소하는 경우조차 판결금액이 당초 예상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할 때가 많지만 변호사(법무법인)는 수임료 외에 성공보수 등을 갖는 등 거의 위험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자소송 증가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증가와 비례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과 법조인 수 급증에 따른 경쟁심화, 불황 지속 등이 맞물려 생겨난 결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하자 기획소송을 퇴출하고 하자 관련 분쟁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연구위원은 "먼저 하자 발생시 입주민과 건설·시행사 등 분쟁당사자가 주택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에 마련된 자율적 해결방법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분쟁당사자 중 한쪽이 조정절차를 원하면, 상대방도 의무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소한 입주민이 받을 판결금은 하자보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주택법을 비롯해 민법·집합건물법·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외에도 법적 효력을 갖춘 하자판정기준을 제정·시행하고, 보상 위주의 현재 소송 방식은 변질 우려가 커 하자보수라는 본연의 목적을 감안할 때 역무적 이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