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대국으로 가는 길②] 한국 대신 일본으로 가는 유커…발길을 돌리려면?
2015-10-05 10:57
엔화 약세 장기화에다 우리나라에서의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일본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일 일본정부관광국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334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17%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240만9158명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관광시장에서의 유커의 성장세는 6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의 메르스 여파로 중국인의 방한 시장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업계에선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데다 최근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저렴한 '쇼핑 관광국가' 이미지를 굳힌 만큼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실제 8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51만3275명으로, 전년 동기(75만7683명)에 비해 32.3% 줄었다. 국내에서 메르스 사망자가 처음 발생한 6월에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45.1%, 7월에도 63.1% 각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376만9957명으로, 전년 동기 411만9337명보다 8.5% 감소했다.
◆일본의 중국 관광객 유치 마케팅 '치열'
일본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단체관광객 비자, 복수 비자, 가족관광 비자 등을 발급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항공노선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생활 필수품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5000엔(한화 약 5만원) 이상 물건을 사면 소비세 8%만큼을 깎아 면세가로 판매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본의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VIP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 식도락 여행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등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여행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유커 맞춤형 상품 덕에 지난 1월 여행 사이트 트래블주가 중국인 4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설문조사에서도 일본은 39.6%의 지지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쇼핑에 치중한 관광상품, 유커의 낮은 재방문율로 이어져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쇼핑에 치중한 관광상품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다.
무성의한 관광안내 서비스나 미온적인 관광 불평·불만 처리, 쇼핑·유흥오락 중심의 단순 관광행태도 엿보인다. 이는 유커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이는 재방문율 하락의 주 요인이 된다. 최근 한국을 찾는 유커들은 경복궁과 덕수궁, 명동 일대에서 홍대, 강남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재방문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년간 방한 중국관광객의 1회 방문자 비중은 2011년 68.5%에서 2014년 79.8%로 증가한 반면, 재방문자 비중은 14.8%에서 11.6%로 감소했다.
체류 기간도 2011년 10.1일에서 2012년 7.5일, 2013년 7.1일, 2014년 5.7일로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관광업계에서도 국내 관광의 중국인 유치 실태에 대한 부정적 답변이 대다수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중국인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여행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중국인의 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를 묻자 ‘나빠지고 있거나 그저 그렇다’는 기업이 81.6%를 차지했다.
‘좋아지고 있다’고 답한 기업들(18.4%)도 유커 증가 추세에 대해 묻자 절반이 넘는 56.3%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방한 유커 수 지속 증가할 것? "낙관적 생각 버려야"
해외 관광을 떠나는 중국인이 연간 1억명이 넘는다. 2020년에는 2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중 올해 연말까지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10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방한 유커는 최근 몇 년간 약 20%씩 줄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체하는 우리의 주 고객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할 잠재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많으니 한국에 오는 신규 관광객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은 쇼핑매력이 커지면서 한국과 맞설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이미 한국을 방문했던 유커도 다른 목적지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각종 인프라를 비롯한 관광 서비스 품질을 높여 한국 관광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