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연극선집 Ⅱ ‘먼 데서 오는 여자’

2015-10-01 09:58
제8회 차범석 희곡상·제51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 기억과 망각 속의 노부부 이야기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기획시리즈 “연극선집”의 두 번째 작품인 <먼 데서 오는 여자>가 16일부터 17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다.

2014년 극단 코끼리만보의 신작 <먼 데서 오는 여자>는 <하얀앵두>와 <벌>에 이어 배삼식 작가와 김동현 연출 콤비의 세 번째 작품이다.

작년 가을 초연당시부터 연일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관객과 더불어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두 명품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그 결과로 작가 배삼식은 제8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으며, 배우 이연규는 제51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기억을 상실한 여자와 그 남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여자가 왜 기억을 잃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의 답을 향해 움직여 나간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집합기억인 역사를 소환하며, 한국현대사의 근대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쟁 직후 극심한 궁핍의 기억, 학대를 받아 심성이 비뚤어진 아이, 식모살이와 청계천 미싱 시다로 생계를 유지했던 소녀들, 월남전 파병 등 흘러간 역사가 이들의 삶과 중첩된다.

때문에 노부부가 살아온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은 우리네들이 함께 겪어온 이야기와 우리의 기억도 함께 같이 스며들어 있다. 기억과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 한참을 풀어나가던 극은 결국 삶의 붕괴를 가져오는 내외부적 사건을 비추며, 우리 사회가 지나온 압축 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들춘다.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며 폭넓은 심리 연기를 보여준 이연규, 이대연 두 배우의 연기앙상블은 <먼 데서 오는 여자>의 감동을 더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기억 속에 갇혀 있는 부인을 돌보는 남자 역을 맡은 이대연은 절제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폭넓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 여자 역의 이연규의 연기는 진정성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소박한 무대와 조명, 음악,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과 고통의 이중주를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절제의 미학으로 표현해낸 김동현의 연출력 또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한편, 동시대를 살아 온 어르신들의 공감을 받고 있는 이번 공연은 ‘효(孝) 이벤트’를 기획,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자녀 1인에게 무료 관람의 기회를 주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032)420-2731로 문의하면 된다.

이름 그대로 최고의 연극만을 모은 프로그램 “연극선집”은 이후 11월에 폭소와 풍자로 친일의 현실을 꼬집은 <만주전선>으로 이어진다. 사회성 짙은 연극으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박근형 연출가의 2014년도 작품으로 광복 70년을 맞은 지금, 우리가 바로 세워야 할 역사를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