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심번호 공천제’로 좌불안석…여야, 내홍 격화
2015-09-30 18:01
아주경제 석유선, 김혜란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 룰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합의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가 이틀째 김 대표를 향해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날 사실상 안심번호 공천제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친박 대 비박(비박근혜)계 갈등 재점화가 우려된다.
새정치연합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주류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등 안심번호 도입에 따른 계파별 ‘셈법’이 달라, 당 내홍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양당이 공식기구를 통해 토론해서 거부할 수도 있고 더 좋은 안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의식한 듯 “(의총에서 안심번호 공천제를) 거부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김 대표를 향한 비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친박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표 합의의 절차와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안심번호 공천제 도입 권한을 당 대표에게 부여하지 않았음을 역설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틀째 당 회의에 불참했지만, 친박계 오찬 회동에선 의중을 내비쳤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홍문종, 서상기, 김태환, 조원진 의원 등과 오찬에서 여야 대표의 안심번호 공천제 잠정합의 ‘철회’ 요구로 의견을 모았으며 당내 공천룰 논의기구를 신설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사실상 반대하면서 여권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여권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9·28 합의 이후 공천 룰을 둘러싼 당 내홍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당내 주류 측은 "문재인 대표의 정치력이 돋보인 합의"라고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비주류 측에서는 안심번호 제도 도입과 관련해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안심번호 도입 여부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이다.
일단 비주류 측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가 진전이 없었던 점을 거론하며 여야 대표의 회동 결과를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당내 여론 수렴 없이 김무성 대표와 협의에 나선 점도 비판 거리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정당 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를 거론조차 하지 못한 점이 큰 패착이 됐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주 엄한 평가에 시달릴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비주류 내부에서도 안심번호 공천제 도입에 따른 유·불리를 감안해 미세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 원내대표는 “(안심번호가) 긍정적인 제도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단해봐야 할 것”이라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비주류 문병호 의원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안심번호는 착발신의 문제로 여론이 조작·왜곡될 가능성을 방지하는 좋은 제도”라고 옹호했다.
반면 비주류 일각에선 친노(친노무현)계의 조직적 동원 가능성을 거론하며 ‘모바일 투표’의 재현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안심번호는 안심 못하는 ‘불안심 번호’”라며 “국민공천제에는 찬성하지만 안심번호 제도는 반대한다”고 썼다. 비노(비노무현)계인 최원식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안심번호 도입은) 민감한 사안인데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조직적 동원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합의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