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문재인 "20대 총선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의견 접근"
2015-09-28 16:08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내년 20대 총선에서 적용할 공천 방식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8일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다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 선거제도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기준, 농어촌 지역구 조정을 비롯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문제 등 나머지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차로 합의를 보지 못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추석 연휴인 이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1시간 40분가량 오찬을 겸한 단독회동을 가진 뒤 공동브리핑을 통해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를 일부 진전시켰다고 밝혔다.
우선 양당 대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된 '안심번호' 도입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으며, 안심번호를 활용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방안은 정개특위에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정개특위 산하 선거법소위는 지난달 말 정당이 당내 경선에 필요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여론조사 대상에 임의의 '안심번호'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회동 이후 문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하되 일부 정당만 시행하게 될 경우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법으로 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치 신인들을 위해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선거일 전 6개월로 연장하고, 예비경선 홍보물을 배포할 수 있는 대상을 전세대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신인·여성·청년·장애인 등을 위한 가산점 부과를 법에 근거를 두고, 불복에 대한 규제도 법으로 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합의 내용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그동안 주장해 온 국민공천제를 문 대표가 수용하는 대신,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내놓은 안심번호제를 통한 국민공천제 방식을 관철시키는 등 '상호 절충안'을 도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 드린다는 데는 여야 모두 찬성하는데,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방식에 야당이 응하지 않으니 다른 방법으로 안심번호를 사용한 여론조사 방식의 이른바 '전화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대안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오늘 회동을 기점으로 김 대표가 본인이 그동안 주장해 온 완전국민경선제를 거둬들이고 우리가 얘기했던 안심번호제에 의한 국민공천제를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사전 조율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사실상 선거를 2차례 하는 것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현장에 모든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서도 오픈프라이머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안심번호제"라며 "상호 절충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동에서는 내년 총선과 관련한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합의를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문 대표는 브리핑에서 "선거연령이나 투표시간 연장, 투·개표의 신뢰성 확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지역주의 정치구도 완화 방안은 더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10월 13일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저는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주장을 했고 문 대표는 비례대표를 줄일 수 없다고 해서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그 문제(선거구획정)도 권역별 비례대표와 함께 연계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양당 대표가 야당이 요구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와 여야가 대치하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조정 문제 등 나머지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회동을 갖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