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대기업 오너들도 제약사 챙기기에 직접 나섰다.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을 입은 대기업 제약사들이 잇따라 긍정적인 경영성과를 내면서 계열사 내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이들이 '백조'로 등업(?)되는 등 분위기도 달라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제약 계열사 챙기기에 나선 대표적인 오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삼성그룹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제약 산업을 지목하고 최근 이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개발에 주력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뤄졌다.

바이오에피스는 출범 3년만인 지난 7일 바이오시밀러(브렌시스)의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축성척주관절염, 건선 등의 치료약으로 시장 규모만 연간 87억달러(한화 약 10조원)에 이른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지만 한 번에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 5~6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 규모가 남다르다. 또 2020년까지 4공장 증설을 완료해 48만ℓ 이상의 생산능력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에 관심이 매우 많다"며 "연내 인원을 30%이상 확충하고 2025년까지 매출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케미칼의 제약·바이오 산업인 L&S부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2년 6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최근 경영에 복귀한 그는 SK케미칼이 개발한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셀플루는 한 번의 접종으로 4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다. 세포배양 기술로 생산된 국내 첫 번째, 세계에서는 2번째 백신이다. 특히 생후 6개월부터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대상으로는 세계 첫 번째 세포배양 백신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제약업계에서는 한국의 백신 개발 기술을 SK케미칼이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케미칼은 2008년부터 스카이셀플루 개발에 돌입해 7년간 1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했다. 4가 백신생산을 위한 공장설비 증설만도 그동안 3000억원이 넘게 들었다.

SK그룹 관계자는 "4가 백신 개발에 투입된 막대한 투자금은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으면 집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수감 중에도 백신과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외에도 제약업계는 유독 강력한 '오너 경영'이 돋보이는 업종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도 모두 강력한 리더십으로 업계에서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한 제약사=오너 리더십'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라며 "타 산업의 경우 오너 경영에 부정적인 곳도 있지만 제약회사는 신약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오너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과 빠른 의사결정 능력이 장점"이라며 "좋은 성과가 나오면서 그룹 내에서 돈만 가져다 쓰는 '미운 오리'로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