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성공 치프라스, '승부사의 아이콘' 부상하나...국민투표 등 모두 성공
2015-09-21 15:36
그리스 긴축안 이행-민심 달래기 등 해결 과제 산적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재신임에 성공하면서 ‘승부사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를 거두면서 당 대표인 치프라스가 다시 총리 자리에 앉게 됐기 때문이다.
◇ 국민투표부터 자진 사퇴까지…”숨길 수 없는 승부사 본능”
치프라스 총리의 승부사 본능은 지난 6월 처음 드러났다. 국제 채권단과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돌연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 상환일인 6월 30일을 불과 며칠 앞둔 상태였다. 당시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빌미로 그리스의 목을 죄려 했던 채권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 정부와의 대치 국면까지 예상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채무국'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에는 사퇴 카드를 집어 들었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거치며 시리자 내 분열이 깊어지고 연립정부가 무너지면서 총리 책임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직서를 낸 직후 치프라스 총리는 곧바로 조기총선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당시 그리스 안팎에서는 총선을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민심 달래기· 3차 구제금융 이행 등 해결 과제 산적
이번 조기 총선에서는 개표율 89% 기준으로 시리자가 득표율 35.55%를 넘어서면서 보수 정당인 신민주당을 비교적 큰 차이로 따돌렸다. 결국 치프라스 총리는 1월 총선과 7월 국민투표, 9월 조기총선까지 3차례 치러진 투표에서 모두 승리했다. 다만 1월 총선과는 달리 좁아진 입지를 감안해야 한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절반을 넘어 다시 연정을 구성할 수 있지만 지난 1월보다 의석수가 7석 줄어들 전망이다.
그리스는 앞으로 3년간 860억 유로(약 115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다. 유럽안정화기구(ESM)로부터 첫 분할금 130억 유로를 받아 일부 채무액도 갚았다. 이제 치프라스 총리로서는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전제 조건이었던 민영화·부가세 등 세제 개편 같은 긴축안을 순조롭게 이행하는 일만 남았다. 사상 최악의 긴축안을 수용하면서 돌아선 민심을 달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