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노동개혁 5대 법안’ 속도전…野 법안별로 ‘브레이크’ 건다
2015-09-20 18:17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이 20일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노동개혁 5대 법안 처리에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여의도 입법전쟁의 서막이 열리게 됐다.
이미 새누리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노동시장개혁 관련 5대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 당일 원유철 원내대표 등이 앞장서 법안을 국회 제출, 연내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야당은 노동계 등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대안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5대 법안별로 치열한 법리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7일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노동개혁 범사회적 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여당이 이를 거부해 독이 바짝 오른 상태다.
◆기간제법·파견근로자법 최대 화약고
노동개혁 5대 법안 가운데 최대 화약고는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이다. 실제 이들 개정안은 워낙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노사정위에서도 추후 논의하기로 남겨둔 내용이었다.
그러나 16일 여당이 당론으로 5대 법안에 이를 포함시키자, 노사정위 소속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사정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파기하려는 새누리당의 일방 독주에 본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의 기간제법 개정안은 "35세 이상 근로자가 직접 연장을 신청하면 현행 2년에서 2년을 더해, 총 4년을 기간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가 골자다. 또한 "연장 뒤에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직수당을 지급"토록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지난 2012년 5월 당론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에는 "출산·육아 등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하거나 계절적 요인이 있는 때에만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정규직 사용사유가 사라지거나 2년이 넘어도 계속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하면, 무기계약 노동자로 자동 전환되도록 간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파견법 개정안도 여야는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무의 범위를 놓고 엇갈린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파견근로자법에는 "유·도선 선원, 철도종사자 등 생명·안전 관련 핵심업무 근로자의 파견사용을 제한"토록 했다. 다만 "55세 이상 고령자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및 근로자파견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야당의 파견법에는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을 명시"하고,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생산공정업무에 일시사용업무라는 명목의 파견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 통상임금·노동시간 단축 '밀당' 예고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경우도 통상임금 제외 금품의 범위, 특별연장근로의 허용, 휴일근로의 연장근로의 중복할증의 난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키로 한 임금"으로 정의하고 "제외 금품을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외 금품의 범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액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다. 새정치연합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사전에 지급하기로 정한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노동시간도 여야의 양보없는 싸움이 예고된다. 새누리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노동시간을 주 60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특별연장근로 8시간 인정)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야당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주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즉각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업급여 기여요건, 강화냐 약화냐 이견 팽팽
그나마 여야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구직급여(실업급여) 확대와 출퇴근사고 산업재해(산재) 인정 등에 관한 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이견이 첨예하다.
새누리당은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으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이직 전 18개월간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여요건'을 24개월간 270일 이상으로 ‘강화’하자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새정치연합은 여당 주장대로 기여요건을 강화하면 비정규직은 실업급여 대상에서 모두 빠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직 전 18개월간 120일 이상"으로 기여요건을 '완화'하자며 맞서고 있다. 야당 주장대로 구직급여 기여요건이 완화되면 6개월 미만의 계약직 노동자도 실직후 구직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여야는 통상적 출퇴근 재해를 보상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여당이 이번에 발의한 내용처럼 야당도 지난 2013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노동개혁 5대 법안별로 여야 이견이 첨예한 가운데, 격전지는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노위가 될 전망이다. 여야간 치열한 법리·논리 싸움을 대비해 새누리당은 환노위 위원 교체 카드를 내놨고, 야당은 야당 소속 김영주 위원장을 필두로 노동전문가인 은수미, 이인영 의원을 전면에 배치해 치열한 입법전쟁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