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농어민 몰살하는 '김영란 법'
2015-09-16 17:16
'김영란 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근절한다는 취지에서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은 농수산물을 선물하는 것도 뇌물로 간주한다.
추석을 앞둔 농어민은 벌써부터 깊은 시름에 빠졌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김영란 법'이 한해동안 피땀흘려 생산한 농수산물의 판로를 가로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어민들은 설이나 추석 특수를 맞이하고도 한우, 한돈, 곶감, 인삼, 과일 등을 제대로 판매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특히 화훼농가는 경조사에 보내는 조화나 축하난 등의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명절에 농수산물을 주고받는 감사의 표시는 정을 나누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국산 농축산물의 명절소비 증가율'에 따르면 평상시 대비 명절기간 한우는 471.1%, 배는 886.8%, 전통주는 963.4%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권익위와 한국법제연구원은 '김영란 법'의 세부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선물의 가액을 5만~7만원 선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선물가액이 5만~7만원선에 정해진다고 해도 한우·굴비 등 선물용으로 판매되는 고가의 농수산물은 뇌물로 간주된다. 지난 명절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판매된 농축산물 선물세트 가격은 과일의 50%가 5만원 이상, 한우의 93%가 10만원 이상이었고, 10만원 이하는 7%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명절에는 '김영란 법'으로 인해 비싼 고품질의 국내산 농수산물 선물세트보다 값싼 수입 농수산물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릴지도 모른다.
'김영란 법'은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뿌리 뽑자'는 것이지 '서민 경제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늙은 농어촌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