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월세 부담에 외곽으로...'월세 노마드' 새 풍속도
2015-09-15 17:10
강남권 세입자들, 2년새 월세 수십만원 올라 강북이나 서울 외곽으로 이주
아주경제 강영관, 백현철 기자 = "2년전에 비해 (전셋값이) 2억원 정도 올랐어요. 집주인들이 전세를 꺼리니 당연히 월셋값이 그만큼 오를 수 밖에 없죠. 물론 보증금을 올리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은데 온전히 월세로 전환하면 감당할 수 있겠어요? 다른 곳으로 가야지." (잠실 소재 A중개업소 관계자)
주택 임대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 가을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높은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외곽지역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월세 노마드(유랑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서울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던 전세 노마드 현상이 월세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15일 오전 기자가 잠실 리센츠 아파트 인근 A중개업소를 찾았을 때 중개업소 관계자는 걸려오는 전세 문의 전화를 받기 바빴다. 가을 이사철과 재계약 시즌을 맞아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은 데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건 반전세(보증부 월세)건 거의 100% 월세만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수억원씩 올라 월셋값도 그만큼 오른 상황이다. 그나마 월세 매물이 많아 집주인들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월세는 그대로 두고 보증금만 올리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이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동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전세 시세는 8억3000만원 선으로 2년전보다 2억원 가량 올랐다. 월세 시세는 현재 보증금이 5000만원일 경우 200만원 수준이다. 월세로는 2년 사이 50만~60만원 가량 올랐다. 12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10만원짜리 매물이 많다.
오른 월세 부담을 감당못한 월세 노마드가 증가하면서 분당 신도시 등지의 중개업소엔 요즘 부쩍 강남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 분당 서현동 소재 L중개업소 관계자는 "송파구에서 월세를 찾아 서현동으로 오는 수요가 요즘 많아졌다. 하지만 분당도 월세가격이 만만치 않아 선뜻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서현동 한양아파트 84㎡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60만원 수준이다. 잠실 리센츠 같은 평형과 월세 40만원 차이다.
강남권에서 강북이나 강서구쪽의 비교적 저렴한 매물을 찾는 월세 노마드족도 많다. 잠원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통 반전세로 전환된 물건에도 재계약을 많이 하는데, 오른 가격을 감당 못한 세입자들은 강북이나 9호선이 위치한 강서구 쪽으로 많이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9호선 라인에 위치한 강서구 가양동의 경우 강남권에서 이주해 오는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는 물론이고 신축빌라 등에 월세물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저금리 기조 등으로 반전세 물건이 증가함에 따라 월세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처럼 주거비용이 점점 올라갈 경우 주거 불안 현상도 가속화돼 싼 임대를 찾아 자리를 옮기는 '노마드' 현상이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