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국감]국가기관, 대기업 중기상대 ‘갑질’... 연구의욕 떨어뜨려

2015-09-14 14:36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국가기관과 대기업이 여전히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의 횡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추미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서울광진을)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매를 조건으로 중소기업에 연구개발을 의뢰했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이 막상 중소기업이 성공해도 구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중기청이 2008~2009년 구매조건부 사업 성공과제에 대한 수요처(대기업, 공공기관)의 전수조사한 내용을 보면 총 성공과제 166개 과제 중 정상구매는 58개 과제로 35% 수준에 그쳤다. 아예 구매를 안한 과제도 32개 과제로 20%에 달했다.

기관별로 총 59개 기관에서 규정에 따라 국가연구개발금의 5배 이상을 구매한 기관은 10곳으로 16%에 그쳤다. 이 중 정상 구매한 대기업은 38개 기업 중 9개 기업이었다. 21개의 공공기관 중 규정에 맞게 구매한 기관은 한국공항공사 한 곳에 그쳤다.

일부 대기업은 성공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구매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원시스템즈, 삼성중공업, 삼천리, 아모레퍼시픽, 아디에스, LG이노텍, 쿠쿠전자, 한국알카텔푸슨트는 구매를 안했다.

성공판정을 받았으나 해당 기업에서 구매 안한 사유로는 시장변화로 인한 기술 및 가격경쟁력 인하, 수요처 사업철수, 수요처 판로단절 등 이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도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 총 21개 공공기관 중 5배 이상의 규정을 지키며 구매한 공공기관은 한국공항공사 단 한 기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역시 여전히 취약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기청 1725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점수는 45.6점으로 대기업의 69.5%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3년간(2011~2013년) 기술유출 피해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은 63개사로 조사대상 기업의 3.3%를 차지했다. 피해금액은 총 1270억원으로 평균 24억9000만원의 기술유출 피해가 발생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를 위해 보안시스템구축사업, 기술보호상담, 기술자료임치,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의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30% 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현재 입법예고 중인 판로지원법 개정안 시행을 통해 공공기관의 기술개발제품 구매비율 10% 달성을 권장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변경하는 등 다양한 기술개발제품 구매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무구매 도입 시 기술개발제품 공공구매액이 2조6200억원(2014년 기준)에서 최소 4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는 “우선구매에 필요한 조치요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개발지원센터 설치, 대규모 국책사업에 기술개발제품 반영계획 수립제도 신설 등 다각도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