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판타지가 지나쳐 어린이로 가버린 뮤지컬 '신데렐라'
2015-09-14 13:57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왕자에게 유리구두를 남기고 가지 않는다. 유리구두를 남길 지 말지는 신데렐라가 결정한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기존의 신데렐라의 고정관념을 비틀어 색다른 전개와 결말을 남긴다. 동화 속 신데렐라가 수동적으로 왕자의 선택을 기다렸다면 2015년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그녀는 왕자와의 첫 만남에서 일부러 유리구두를 가지고 가버린다. 그녀가 유리구두를 남기는 건 왕자와의 2번째 만남에서다. "나를 찾아보라"며 당돌하게 유리구두를 '놓고'가는 신데렐라는 분명 중세시대 동화속의 여성상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전형적인 동화와 다른 스토리를 가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진가는 스토리보다 무대 효과에서 드러난다.
화려한 무대와 마법 같은 의상 체인지가 백미로 꼽히는 뮤지컬 ‘신데렐라’는 공연 전문 월간지 ‘더뮤지컬’이 지난 2014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15년 가장 기대되는 신작 라이선스 작품 1위에 뽑히기도 했다. 특수효과를 방불케하는 신데렐라의 의상 체인지는 사실 이 뮤지컬의 주요 장면으로 꼽혔고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생쥐와 고양이의 그림자 효과가 마차와 마부들로 바뀌는 장면은 어린이 공연에서 자주 쓰이는 그림자 효과를 연상케했고 중간중간 어색한 배우들의 유머 애드립 역시 어린이 공연의 그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가족극을 표방하는 것은 좋지만 판타지라는 명제에 가려 어린이 공연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뮤지컬 신데렐라의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뮤지컬의 주 타깃은 20~30대의 여성이고 그들이 유치하다고 느낀다면 굳이 비싼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엄기준, 양요섭, 산들, 켄으로 이어지는 아이돌 라인은 매력적이다. 실제로 공연장을 찾은 일본, 중국 등 해외관객들도 많다. 그러나 단순히 아이돌의 티켓 파워에 의지하기에는 이 공연이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다. 가족극을 표방할 바에는 차라리 방학중으로 공연 시기를 잡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전문 댄서가 아니지만 엄기준과 안시하의 어색한 무도회 댄스 장면도 실소를 자아냈다. 안시하는 엄기준을 믿지 못하는지 시종일관 불안한 춤사위를 보였고 주인공보다 조연들의 춤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공연 초반임을 감안하면 나아질 것이라 믿지만 신데렐라로서의 확신이 없는 주인공, 왕자라는 배역과의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주연들의 연기가 위태위태해보이는 것은 단지 느낌탓일까.
누구나 알고있는 소재를 무대위에 올린다면 색다름이 있어야한다. 이 정도 자아를 가진 신데렐라라면 20세기에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왕자에 의지하지않고 자기 길을 찾는 신데렐라들은 무대위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신데렐라들은 특별함이 없는 무대를 보러 굳이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
아예 환상속에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판타지거나, 능숙하고 잘생긴 배우들의 열연이 있거나, 잘 짜여진 스토리와 뮤지컬 넘버가 있거나… 현재 뮤지컬 '신데렐라'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