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주 몇달 미룬다고 강남발 전세난 해결될까?...엄동설한에 이주해야 하는 조합원 '분통'
2015-09-13 09:07
서울 아파트 전셋값 64주 상승…강남4구 재건축 이주시점 조정 본격화
개포시영·고덕주공3단지 겨울철 이주 시작해야…조합원·세입자 일방정책 '분통'
전문가 "불가피한 정책, 하지만 공급보다 멸실 많아 언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
개포시영·고덕주공3단지 겨울철 이주 시작해야…조합원·세입자 일방정책 '분통'
전문가 "불가피한 정책, 하지만 공급보다 멸실 많아 언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
아주경제 강영관, 최수연, 윤주혜 기자 = "열악한 주거 환경이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올 겨울나기가 힘들 것 같아요. 집주인들은 집주인대로 늦춰져서 실망하고요. 시기도 단기간 미뤄진거라서 전세난 완화 등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개포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
서울시가 최근 전세난 완화를 위해 강남 재건축 단지인 고덕주공3단지와 개포시영의 관리처분 시점을 늦추도록 결정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주수요를 조정해 전세난을 막자는 의미다.
그러나 시장에선 재건축 추진단지의 단기적 이주시점 조정은 갈수록 심화되는 전세난을 막기에는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해당 단지 반발로 시장이 더 혼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특히 이번에 이주시점이 조정된 고덕3단지와 개포시영은 올해 말, 내년 초로 이주시기가 연기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주시기 연기된 고덕·개포 전세시장 혼란 '가중'= 서울시는 지난 10일 주택정책심의회를 열어 강동 고덕주공3단지와 강남 개포시영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를 각각 2, 4개월 후에 하기로 했다.
하반기 강남4구의 경우 주택 공급보다 멸실이 많은 상황에서 내년초까지 재건축 이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주변 지역 주택부족과 전세가 상승을 막고자 시기를 조정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4분기 강남 4구의 주택공급량은 2916가구지만 이주·멸실량은 4742가구로 수요에 비해 1826가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개포동 중개업소들은 단기간의 이주시기 연기가 전세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개포에 위치한 L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 발표 이후 오히려 문의가 많이 늘었다"면서 "다만 인근에 동일한 가격대의 전세를 찾을 수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서울시 결정이 언발에 오줌누기 식 방편이란 반응이다. 함영진 부동산 114 센터장은 "2개월, 4개월 늦추는 것은 단순히 숨통을 트여 주는 정도"라며 "내년만 해도 이주 수요가 2만 가구가 넘기 때문에 서울, 수도권 전세난은 2017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한 전세난으로 인해 인위적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나 이주 시기 조정은 엄연히 조합원의 사적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전셋값 상승 이어 매맷값·분양가도 '고공행진'= 강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탄력이 붙으면서 전셋값 상승세에 이어 매맷값·분양가도 우상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2014년 8월 3.3㎡당 평균 2924만원이었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3월에는 3000만원을, 8월에는 3122만원을 기록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5㎡는 지난 3월 9억5000만~10억원에서 지난달 10억4000만~11억1500만원으로 상승, 4개월여만에 1억원 이상 올랐다.
재건축 분양권과 입주권에도 억 단위 프리미엄이 붙었다. 8월 거래된 분양권·입주권 거래량 수는 60건으로 전달의 분양권 거래량 수는 8건에 비해 7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번달 입주가 예정된 '래미안 대치청실' 91㎡의 경우 지난해 2월 10억~11억원 사이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약 4억~5억원이 웃돈이 붙은 15억7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조합이 자유롭게 분양가 책정이 가능해지면서 일반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거주민들은 웬만해서는 같은 지역구 내에서 새집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더욱이 노후 주택을 떠나 새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수요와 강남 입성을 노리는 수요가 맞물리고 있어 강남 집값 강세는 한동안 지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