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45) '자식위해 지갑연다', 중국 장난감 시장
2015-09-11 06:00
세계 최대 완구 생산·수출기지 중국 완구업계.. 활로찾아 중국 국내로
주머니 두둑한 80, 90허우가 '소비주체'..."비싸도 좋으면 산다"
주머니 두둑한 80, 90허우가 '소비주체'..."비싸도 좋으면 산다"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지난달 중순, 엄마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장난감(완구) 등 영유아 용품 다수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 였다.
물론 이는 중국산 완구의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완구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산이 많으니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도 많은 것이다.
여기에 중국 완구시장의 현실이 있다. 중국 완구업계는 자체개발 상품보다는 해외브랜드 상품을 하청 생산하고 우리나라 등 해외 완구시장에 깊숙히 침투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키웠다.
▲ 세계 최대 완구 생산수출기지 중국....이제는 '내수'
중국내 완구생산업체의 90%는 광둥(廣東), 장쑤(江蘇), 산둥(山東), 저장(浙江)성과 상하이(上海)시에 몰려있다. 광둥성은 전동제품, 플라스틱 소재 장난감을, 장쑤성과 상하이는 천소재 완구류, 저장성은 목재완구를 집중 생산한다. 각 지역이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역별로는 분업을 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생산효율은 높이고 비용을 줄여 중국 완구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제품 대부부은 해외로 떠난다. 중국 완구업체들이 자사 제품이 아닌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대신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세계 최대 완구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의 완구 수출규모는 263억3600만 달러(약 31조6000억원)에 육박했다.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도 41.37%로 성장곡선도 가파르다. 특히 중국 장난감 생산공장이자 완구업계의 전초기지로 불리는 광둥성의 실적이 독보적이다. 광둥에서 생산돼 해외로 팔려간 완구는 전년대비 47.7%증가한 173억4000만 달러어치로 전체의 65.85%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저가제품 위주의 대외수출에 의존한 고속성장은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국의 초고속 성장과 함께 인건비가 상승하고 원자재 및 유통 비용이 상승하면서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쟁력이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완구 시장 트렌드도 확연히 달라졌다. 신세대 젊은 부모들은 저렴한 완구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유익한 완구를 찾는다.
중국 완구업체들도 이를 인지한 상태다. 그리고 그 활로를 자체기술력 확충, 브랜드 및 제품 개발, 그리고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서 찾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잠재력이 막대하고 오랜시간 하청생산의 노하우와 생산력으로 이제는 단순히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진짜 중국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산업분석 전문기관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완구업계의 수출 절대량 증가세가 지속되는 동시에 전체 매출에서의 수출 비중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 완구업계 수출 규모는 2005년 65억6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63억 달러 수준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수출의 비중은 2005년 81.64%에서 최근 50%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완구업계가 내수시장으로 고개를 돌린 것은 막대한 시장과 잠재력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산아제한 정책의여파로 외동 자녀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혜택을 받아 지갑이 두둑하고 교육열이 높은 80허우(80년대 출생), 90허우가 완구 시장의 소비 주체로 자리잡은 것도 긍정적이다.
유아동 인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0여년간 엄격하게 실시됐던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되면서 두 자녀 출산의 길이 열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2011년 발표한 제6차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14세 이하 아동인구가 당시만도 2억2200만명에 달했다.
시장도 크다. 중국 완구시장은 이미 미국과 일본 다음의 세계 3대 완구시장이다.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는 지난해 중국 완구시장 규모가 250억 위안(약 4조63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인당 평균 완구소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아 잠재력도 여전히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20세 미만 인구 1인당 평균 완구 소비액은 140위안(약 2만6000원) 수준으로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12분의 1에 그쳤다.
▲ 수입브랜드가 우위…전자상거래 시장도 ‘쑥쑥’
이 크고 앞으로 더 거대해질 중국 완구시장에서 현재 승기를 잡고 있는 것은 유명 수입브랜드다. 산업정보망(産業信息網)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완구 10대 인기브랜드 중 7개가 수입브랜드였다.
세계 1위의 완구회사이자 토마스 기차로도 유명한 미국의 마텔과 덴마크의 레고가 1,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디즈니와 피셔 프라이스, 일본의 반다이 등 제품도 인기가 높았다. 중국 업체로는 아오디(奧迪 AULDEY), 화웨이(驊威)와 싱후이(星輝 RASTAR) 등 단 3개업체만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시장에서의 자국 완구업체가 부진한 것은 저품질의 저가 장난감을 대리 생산하는데만 너무 오랜 세월을 투자한 때문이다.
량메이(梁梅) 중국 완구·영유아용품협회 회장은 “중국 완구 산업은 개혁개방 이후에야 첫발을 내디뎌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었다”며 “과거 하청생산을 통해 완구 생산 및 가공 실력을 갖췄고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제품개발에 속도를 올려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중국산 완구에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제품 품질 개선과 함께 당국 차원의 안전인증제도를 통한 소비자 '안심시키기'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온라인 시장 공략도 기업 생존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중국 완구시장의 판매처는 장난감 전문매장이나 백화점, 중저가 완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온라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완구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고르고 클릭 몇 번으로 구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의 완구시장 전자상거래 거래 비중은 지난 2010년 전체의 14%에서 지난해 46%, 절반 수준까지 늘어났다.
지난 6월 1일(중국의 어린이날) 중국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간에 치열한 판촉전쟁이 벌어진 것도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한다. 알리바바의 티몰(天猫), 징둥상청(京東商城), 쑤닝이거우(蘇寧易購)는 물론 아마존차이나까지 세계 각국 판매자와 손을 잡고 파격적인 가격으로 부모들의 지갑 공략에 나섰다.
▲ '키덜트' 시장 태동기...잠재력 있어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키덜트’ 시장은 어떨까. 과거 우리도 장난감은 아이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 시장에 쏟아지고 성인들은 거금을 들여서 이를 구입한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시장이 열린 것이다.
중국도 우리와 비슷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키덜트 시장은 막 싹을 틔운 태동기다. 중국 완구 시장의 99%를 유아동이 장악하고 있다. 만 1세 미만 유아 장난감 시장이 전체의 39%, 1~2세 유아는 21%, 3~6세는 16%, 6~12세는 14%, 12세 이상이 나머지 10% 시장을 차지한다.
하지만 과거 아이들만의 것으로 생각했던 애니메이션을 이제 중국 성인들도 즐기게 된 것처럼 '장난감'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중국 키덜트 시장의 잠재력도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 중국사회조사사무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당시 “성인을 위한 완구를 판매한다면 살 생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조사대상자의 62%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상황이 맞는다면 사겠다”며 흥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