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다문화학생 비중 높은데도 교육부는 뒷짐만”

2015-09-09 10:23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다문화 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다문화교육정책이 부실해 학습부진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연합)과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교육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에는 다문화학생이 8388명, 중학교에는 1만3865명에 그쳤으나 초등학교는 6만283명(이상 각종학교 포함 수치)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에서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 비율은 2.22%였지만 학년별로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6학년에서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26%에 그쳤으나 1학년은 3.28%로 2.6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 1학년 기준 전남(6.72%), 경북(5.22%), 전북(5.08%)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다문화 학생 비율 증가 추세는 세종 6학년이 0.68%에서 1학년 3.10%로 4.6배 다문화 학생 비중이 높아졌다.

제주는 4.5배, 경남은 4.2배, 경북은 3.5배로 증가했고 이런 추세가 당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경우 중앙정부 차원의 몇몇 소액 특별교부금 사업에 의존하는 방식의 다문화교육 정책은 전면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유 의원실은 밝혔다.

다문화 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말과 글이 익숙치 않은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고, 다문화 가정의 경제‧교육적 여건이 좋지 않은 탓에 학습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별 다문화 학생의 비중이 높은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학습부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습부진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전체학생수 대비 다문화 학생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자료미제출 지역 및 학습부진 학생 수 누락 학교는 제외하여 202곳 조사).

서울 A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중에서 다문화학생의 비율은 33.2%로 학습부진 학생 수 중에서 다문화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81.3%였다.

서울 B초등학교 역시 전체 학생 465명 중에서 다문화학생은 36명으로 7.7%였지만 이 학교의 학습부진학생 60명 중에서 다문화학생은 13명으로 21.7%에 달했다.

부산 D초등학교도 다문화 학생 비중이 12.3%였으나 학습부진학생 중 다문화학생의 비율은 45.5%였다.

충남 G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5.6%였지만 학습부진학생은 101명 중 12명으로 11.9%에 달했다.

202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학생의 비중은 5.1%로 학습부진 학생 6205명 중에서 다문화학생은 668명으로 10.8%였다.

학습부진 학생 관련 자료를 제출한 10개 시‧도 3~6학년 다문화학생 비율은 54만5985명 중 1만1055명으로 2.02%였고 10개 시‧도의 3~6학년 전체 학습부진 학생수 3만309명 중 다문화 학생은 1471명으로 4.85%로 다문화 학생이 비다문화 학생과 비교해 학습 부진이 되는 비율은 2.5배가 넘었다(7개 시‧도는 교육청 단위로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아 미제출).

중학생 다문화 학생의 학습 부진은 더 심각했다.

교육부가 제출한 ‘2015년 다문화학생 교육지원 계획’에 따르면 중학교에서 학습에 가장 중요한 도구교과인 국어 과목의 경우 일반 학생은 ‘기초미달’ 비율이 2.0%인데 비해 다문화 학생의 ‘기초미달’ 비율은 13.0%로 6.5배 높았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은 허술해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문화학생이 급증하는데도 2013년과 2014년에는 특별교부금으로 80억원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했으나 올해는 70억원으로 예산을 삭감했다.

개별학생 지원보다 예비학교, 중점학교, 연구학교, 글로벌브릿지 사업과 같이 특정학교를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대다수의 다문화 학생들은 이러한 사업마저 선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방치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파악한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에 참여해 지원을 받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27.9%에 그쳤다.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예비학교, 중점학교, 연구학교, 글로벌브릿지 등 주요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을 실시하고 있지 않은 초등학교의 비중은 높았다.

조사대상 학교는 각 시‧도 중에서 다문화 학생이 많은 교육지원청을 1~3곳씩 정해 해당 교육지원청 중에서 다시 전체학생 중 다문화학생의 비중이 높은 초등학교를 교육청에서 선정했는데도 주요 4가지 다문화 교육지원과 관련한 특별교부금 시책사업 중 단 하나도 실시하지 않는 초등학교의 비중이 76.9%에 달했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사업 선정 기준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청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다고 선정한 450개 학교 중에 다문화 학생 비율이 누락되거나, 자료 입력 오류가 있는 학교를 제외하고, 자료가 정확한 321개교를 분석한 결과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 보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낮은 학교가 오히려 더 많이 교육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다문화 학생 비율과 사업 선정 비교는 전체 학교 중에 다문화 비율이 평균 이하 215개교의 다문화 사업 선정과 다문화 학생 비율을 비교했다.

전체 321개 학교의 평균 다문화 학생 비율은 8.14%였지만 다문화 사업으로 선정되지 않는 학교가 다문화 학생 비율이 더 높았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체 평균 보다 높지만 교육부의 다문화 사업 학교로 선정되지 않는 학교는 65곳으로 전체 321개 학교 중 약 20%에 달했고 이 학교들의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15.6%였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체 평균 이하 임에도 다문화 사업에 선정된 학교는 97개 학교로 이 학교들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3.5%에 그쳤다.

부산 교육지원청 ○○초는 다문화 비율이 높은 관내 10개 학교 중에 가능 낮은 2.7%지만
다문화 사업 학교로 선정됐고 ○○초는 학생 수도 많고, 비율도 8.3%이지만 미선정되는 등 다문화 사업 선정시 가장 중요한 다문화 학생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 중에는 학교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거나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업을 실시하기도 하는 가운데, 450개 학교 중에서 128개 초등학교가 이에 속했고 이와 같은 기타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위에서 밝힌 교육부 특별교부금 시책사업도 시행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다문화 학생이 방치되고 있는 초등학교가 450개교 중에서 262개로 58.2%에 달했다.

교육부는 한국장학재단 주관으로 실시하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 학생 멘토링 사업도 다문화지원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교사들도 기초 문해교육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 멘토링 사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다문화 학생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서 태어나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될 아이들이지만 돌봄의 결여와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기초문해 교육의 어려움 등으로 학령기에 진입하면서 불리한 출발선에 설 가능성이 높아 세심하고 전문적인 교육지원이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 교육의 현실을 체감하지 못한 교육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래전부터 다문화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갈등과 슬럼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서구의 현실이 가까운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다문화 교육 정책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은혜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