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역사 산증인 ‘추성엽’ 사장의 세 번째 도전

2015-09-07 15:25

추성엽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사진=팬오션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새 주인 하림그룹의 품에 안기며 지난 7월 30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팬오션의 정상화 작업이 순항하면서 추성엽 사장을 비롯한 ‘팬오션맨’의 저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팬오션은 7월말 사내 곡물사업실을 신설, 8월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이달부터 트레이딩 사업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곡물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달 중순에는 장금상선과 손잡고 한국과 홍콩 남중국 지역을 잇는 해상항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회생절차 기간 동안 손을 털면서 줄었던 선단(운영선박 척수)도 160척대에서 195척대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너경영의 힘 덕분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팬오션에게는 여기에 오너보다 더 회사를 잘 아는 전문경영인 집단 ‘팬오션맨’들의 저력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추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새 주인을 맞이한 팬오션 조직을 조기에 안정화 시킨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의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5년생인 추 사장은 서울대 해양학과 출신으로 1982년 범양전용선에 입사해 2010년 팬오션을 떠날 때까지 28년을 일해 온 범양맨이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팬오션은 수많은 성과를 거두며 한때 국내 해운업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1980년대 첫 법정관리를 받으며 좌절을 겪었고, 1990년대를 보낸 뒤 2004년 STX그룹으로 편입돼 부활의 날갯짓을 벌였으나 그룹의 붕괴로 2013년 또 다시 기업회생절차의 신세가 됐다. 이러한 회사의 흥망성쇄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모두 지켜본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추 사장이다.

채권단 관리 하, 또는 STX그룹 식구가 됐지만 팬오션 임직원들은 오히려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만큼 팬오션 맨파워가 강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범양상선을 인수한 것보다 더 기쁜 일은 범양상선의 인재를 얻은 것”이라며, STX그룹 핵심 경영진의 한축을 범양상선 출신들로 구성했는데 추 사장도 이에 포함됐다.

범양상선에서 기획, 인사, 회계 등 관리업무는 물론 해운영업 각 분야를 두루 거친 해운전문경영인인 그는 뛰어난 업무능력과 발 빠른 판단력으로 용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더불어 후배들을 덕으로 감싸는 포용력을 갖춘 인물이다. STX그룹에 본격적인 위기가 도래했던 2010년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지주부문 사장, 지주부문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할 때에는 많은 이들이 그룹을 떠나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켜 강 회장을 끝까지 보필했으며, 강 회장마저 떠난 뒤에도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남아 그룹의 최종운명을 마무리 한 뒤 사퇴하는 등 기업가로서의 무한 책임감을 실천해 언론과 재계에서 박수를 받았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추 사장이 5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가 남긴 흔적 덕분이다.

김 회장은 추 사장과 함께 팬오션의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자신이 직접 챙기기 보다는 추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실질적인 회사 운영을 책임질 핵심 경영진에 정갑선 제1영업부문장(부사장), 김보연 관리부문장(전무), 안중호 제2영업부문장(전무) 등 ‘팬오션맨’들을 앉힌 것이다.

회사의 도약을 위해 세 번째 짐을 진 추 사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개제한 인사말을 통해 “팬오션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오며, 시련을 밑거름 삼아 항상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왔다. 예측불허의 세계 해운시장에서 경쟁해오며 체득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벌크선사가 되겠다”며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림그룹과의 시너지 극재화를 통해 ‘곡물 트레이딩’ 사업의 안착 및 연관사업 진출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림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받은 추 사장과 팬오션맨들은 이미 어떤 신화를 창조해야 할지를 알고 뛰고 있다.